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다. “카페 주인은 커피를 건넬 때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 때문이다. 점심시간마다 카운터 앞에 우왕좌왕 긴 줄을 서야 했고, 민원이 빗발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사이렌 오더’를 내놨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와 연동된 스타벅스의 선불식 충전 카드인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의 회원 수가 지난 달 31일 600만명을 돌파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 6개월 만이다. 1시간당 평균 80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셈이다. 국내 인구 10명당 1.2명이 가입했다.

코로나19에 시간당 100명 이상 가입
올 1월부터 3월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시간당 가입자수는 평균 100명을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가 40%였다. 30대 27%, 40대 23%로 그 뒤를 이었다.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는 출시 후 33개월만인 2014년 5월 100만명을 넘어섰다.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를 통하면 각종 시즌 이벤트는 물론 음료 1잔 당 별을 적립해 모았다가 음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불 충천을 하면 무료 음료도 제공된다. 스타벅스는 2018년 사이렌오더 음성주문 기능, 드라이브 스루 매장 등을 확대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 추가했다. 사이렌오더의 누적 주문 건수는 지난해 1억 건을 돌파했다. 전체 주문의 22%가 사이렌오더로 이뤄진다.

지난해와 올해 3월까지 하루 중 사이렌 오더 이용률이 높은 시간대는 아침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9시(약39%)와 점심식사 시간대인 오후 12시~1시(약 24%)였다. 바쁜 혼잡 시간대에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는 소비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6월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도입한 My DT Pass 역시 언택트 소비의 상징이 됐다. 자동차 번호판을 미리 등록해 차 안에서 등록하면 별도 결제 없이 연동된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드라이브 스루 전체 차량 주문 중 My DT Pass를 통한 주문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커피값 안 올린 비결도 사이렌 오더
커피빈, 파스쿠찌, 이디야커피, 빽다방, 엔제리너스 등 주요 커피 브랜드들은 1~2년 전부터 줄줄이 커피값을 올렸다.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내 1위 브랜드 스타벅스는 커피값을 올리지 않았다. 그 배경에도 스타벅스의 IT기술이 있다. 모바일 결제가 늘면서 직원의 노동력이 크게 줄었다. 실시간 빅데이터를 수집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손님 적은 매장과 붐비는 매장에 적절히 인력을 순환한 것. 그렇게 줄인 비용으로 소비자 가격을 '동결'로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장석현 스타벅스 데이터마케팅팀 팀장은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600만 명 가입자로 인해 스타벅스가 더 발전할 수 있었다"며 "더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로 변신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다줬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려면 스타벅스 모바일카드에 일정한 금액이 들어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잔액이 설정한 금액보다 낮아지면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충전해주는 기능을 넣었다. 선불충전금이라고 부른다. 이 선불충전금은 2013년 151억원에서 지난해 약 800억원대로 늘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국내 간편송금업체가 보유한 잔액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스타벅스 이코노미’ ‘스타벅스는 금융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타벅스 이코노미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된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는 미국으로도 수출됐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모바일 결제 및 자동 충전 시스템으로 앱 도입 1년 만인 2016년 현금 보유량이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스타벅스 카드는 구글페이 애플페이보다 이용자가 많고, 이들이 보유한 선수금은 미국 주요 지방은행의 현금 보유량보다 많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