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LBO배임죄·경영자 터널링 불법 여부 '기준' 제시할 듯
산업계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LBO에 대한 배임죄 논란과 기존 주주의 매각 기업 지분 투자의 적법성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M&A과정에서 불거진 선 전 회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오는 5월쯤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2016년 7월 사건을 접수해 3년 반만인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국민적 관심도가 높거나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법원칙을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에 대해선 대법관 전원이 함께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대법원은 올들어 1월과 2월 심리를 열었고, 오는 4월 16일 마지막 심리를 거쳐 5월 21일쯤 최종 선고를 내릴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5년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가 선 전 회장으로부터 하이마트를 LBO방식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어피너티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인수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인수 대상인 하이마트 자산을 담보로 제공(LBO) 받았고, 인수후 SPC와 하이마트를 합병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담보를 제공받은 데 협조한 대가로 선 전 회장측에 인수 기업의 모회사 지분 13.7%와 현금 200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측에 24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2012년 배임 혐의로 선 전 회장을 기소했다.
앞서 2006년 대법원도 ㈜신한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LBO 사건에서 “반대급부가 제공되지 않는 일반적인 형태의 LBO방식 인수는 재산상 손해를 입혀 배임죄에 해당한다”취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선 전 회장측은 2015년 1심과 2016년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하이마트 M&A를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인수 방식과 비슷한 ‘합병형 LBO’구조로 보고, 선 전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SPC와 하이마트 합병과정에서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주주들에 피해를 회피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배임죄가 아니라는 변호인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2007년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LBO방식 인수도 이러한 ‘합병형 LBO’로 진행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에서 LBO의 배임죄 여부와 기존 주주가 회사를 매각하면서 매각할 기업의 지분을 대가로 받는 ‘경영자의 터널링(대리인의 사적이익 추구)’에 대한 법원의 기준이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법조계 내에서는 합병형 LBO가 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며 “하이마트 사건은 기존 경영자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의 위험이 있는 거래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합병형 LBO사건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