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등터진 유가...정유화학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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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향후 유가 방향의 열쇠를 들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이 개입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고래 싸움이 결론을 맺지 못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시련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송민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현지시간으로 30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 WTI 5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보다 7%가량 폭락하며 배럴당 20.0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의 최저가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유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OPEC과 OPEC+의 양대 산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치킨게임’은 점점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사우디는 OPEC 감산 기한이 끝나는 4월 1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1,000만 배럴로 늘리고, 5월부터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 배럴 증산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국제 원유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부양책에 금융시장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유독 유가만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화학기업들의 시련도 끝이 안 보입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이 2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최악의 실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단기적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정제마진도 하락하면서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전화 싱크> 정유업계 관계자
“유가가 폭락하게 되면 정제마진은 반등해야 하는데 지금 아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정제마진도 마이너스에요. 거기에 환율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중고가 아니고 정확하게 말하면 삼중고죠.”
롯데케미칼이나 LG화학, SK종합화학과 같은 화학업계는 그나마 정유업계보다는 낫지만 수요 감소로 인한 스프레드 하락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실적 악화를 겪긴 마찬가지입니다.
<전화 싱크> 화학업계 관계자
“화학은 원재료를 엄청나게 많이 비축해놓고 그러진 않으니까 원재료가 빠지는 점은 유가 하락에서 이득이긴 한데 제품 가격도 같이 빠지는 게 문제거든요. 수요 자체가 불투명하고 공장도 못 돌리고 소비도 줄어드니까 다들 위축돼서 제품 가격도 바닥을 기고 있어요.”
다만, 코로나19가 2분기에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감산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입니다.
증권사들은 2분기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여객과 화물 운항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정유화학업계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석유전쟁이 조기 종식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 실타래는 더욱 얽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
송민화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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