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인천 송도 연구소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인천 송도 연구소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냈다. 설립 8년 만의 첫 흑자다. 회사 매출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매년 계속되는 적자 부담에도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남들보다 한발 빠른 시장 진입,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한 동시다발적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 등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유의 스피드 전략 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공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659억원, 영업이익은 1228억원이었다. 2018년 10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매출도 2018년(3687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과감한 R&D 투자·동시다발 개발 전략 주효…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8년 만에 첫 흑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과 흑자 전환 비결로는 먼저 과감한 R&D 투자가 꼽힌다. 삼성그룹이 지금까지 R&D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지난 7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6319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시다발적인 R&D로 성과를 냈다.

2016년 2월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유럽 시장에 출시한 이후 2년 만에 임랄디(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허셉틴 바이오시밀러) 등을 내놓으며 제품 수를 4종으로 늘렸다. 한두 개 제품을 성공시킨 뒤 후속 제품을 개발하는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그룹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었다”며 “다국적 제약사보다 더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격전지 유럽에서 성장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주력 제품인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의 선전 덕분이다. 유럽 판권을 가진 바이오젠에 따르면 이들 3종의 지난해 유럽 판매액은 7억3830만달러(약 851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5억4510만달러)보다 35% 늘어났다.

제품별로는 베네팔리가 4억8620만달러, 임랄디 1억8400만달러, 플릭사비가 6810만달러였다. 현재 유럽에서 허가 심사 중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이 연내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자 수요에 맞는 품질 혁신과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서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플릭사비에 이어 올 상반기에 유방암 치료제 온트루잔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 제품 라인업은 두 개로 늘어난다. 후속 제품도 개발 중이다.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SB11(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등 10여 종이다.

“데이터로 일하라”

2012년 창사 때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고 사장의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데이터로 일하고 숫자로 표현하라”고 주문해왔다. 이를 위해 개인과 부서의 업무 절차를 객관화, 수치화해 정량적인 업무 관리를 돕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1600여 개의 업무 절차를 세분화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였다.

고 사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 업무 프로세스 향상이 회사 성장의 비결”이라며 “현재 판매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외에도 안과, 희귀 질환, 근골격 질환 치료제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