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이 급매물과 신고가가 동시에 나오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이 급매물과 신고가가 동시에 나오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전용 84㎡가 지난 2월 29일 33억7000만원에 계약된 것으로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올라왔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지만 초고층이 아닌 8층에서 또다시 3.3㎡당 1억원 거래가 성사됐다.

하지만 모든 강남권 단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격이 2억~3억원씩 뚝뚝 떨어지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혼조세는 현금 동원 능력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력이 있는 사람은 과감하게 매수에 나서고, 못 버티는 사람은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한 단지에서 급매와 신고가 동시에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약세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17㎡가 5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33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어린이집, 초등학교와 가까운 로열동 매물이다. 작년 10월 37억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반포동 C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보유세 납부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잔금을 치르길 원해 급매로 나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27억원에 거래됐던 대치동 대치우성 전용 84㎡는 24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미 올 2월 같은 주택형이 24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0일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가 19억5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2월 21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지속해서 호가가 떨어져 지금은 19억원 매물까지 나와 있다.

이런 와중에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르는 곳도 있다. 한강변 조망을 내세워 작년 10월 34억원에 거래돼 전용 84㎡ 최초로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크로리버파크가 대표적이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파크는 거래가 뜸할 뿐 호가는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청담동 청담현대3차아파트는 지난 2월 전용 109㎡가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작년 9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올 2월 초에는 20억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호가는 23억~24억원에 달한다. 서초동 현대슈퍼빌 전용 147㎡도 지난달 1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단지 안에서 급매물과 신고가가 섞인 곳도 있다. 작년 11월 29억원에 거래된 압구정동 압구정신현대 전용 108㎡는 24억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하지만 같은 단지 전용 182㎡는 4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전 거래가는 39억원(작년 5월 거래)이다. 압구정동 S공인 관계자는 “당장 보유세가 버거워 급매라도 빨리 거래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현금이 많아 원하는 호수라면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혼조 장세 당분간 이어질 듯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2월과 3월 거래량은 각각 742건, 220건이었다. 상승 흐름이 뚜렷했던 작년 11월(1768건)과 12월(1153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거래량이다. 아직 시장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의 방향성이 확실히 정해지기 전까지 혼란스러운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지난달 18일 25%가량 오른 강남권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 매물 등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부분 급매에는 보유세 납부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이 붙어 있다”며 “현금 흐름이 나빠진 소유주들은 급매 가격에라도 팔아 보유세를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금 부자들은 저금리 상황에 과감한 베팅을 계속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 0~0.25%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금리 속에 그래도 부동산 투자가 최고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단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 충격 정도와 정부 대응이 향후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구민기/배정철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