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혼란스럽지만 방법 찾아 고군분투 "자자 수업을 마칩니다.
수업 잘 들었는지 확인해볼까? 4반 ○○학생 마이크 켜고 대답해 보세요.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개학 연기를 계속할 수 없어 오는 9일부터 고3, 중3 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초·중·고 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다.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정규수업을 앞두고 지난달 30일부터 사흘째 온라인 원격 교육을 시범 운영 중인 광주 북구 서강고등학교를 1일 오전 찾았다.
오전 9시 담임 교사는 각자의 교실로 가는 대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학생들도 집에서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으로 온라인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것으로 가상 등교를 한다.
출석부의 학생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거나 빈 책상의 주인공을 확인하는 대신, EBS 온라인 클래스를 접속해 출결을 체크한다.
담임은 학생들에게 전달할 내용을 공지사항으로 띄우거나 채팅창에 입력하는 식으로 전달하고, 학생들도 댓글이나 채팅창에 답하는 것으로 담임 교사와 소통을 한다.
온라인 교육 시범 운행 첫날에는 채팅창에 장난스러운 글을 올리는 학생들이 일부 있어 혼란이 있었으나, 학생부 선생님의 특별 교육을 받고 그런 학생들은 거의 사라졌다고 귀뜸했다.
조회가 끝나면 9시 30분부터 1교시가 시작된다.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 기간 이 학교는 매일 5시간씩 모든 과목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은 한학년 전체 약 300명이 한 수업을 동시에 듣는다.
체육, 미술 수업 등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체육 교사가 체조 동작 등을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이 집에서 따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과목당 2~3명의 과목 담당 교사가 배정된 교과목을 교사들이 역할을 분담해 수업이 진행된다.
한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교사는 이장면을 촬영한다.
또 다른 교사는 채팅창을 보며 200~300명의 제자가 재잘재잘 올리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준다.
수업은 과목이나 교사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튜브 스트리밍 채널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도 있고, 미리 촬영한 동영상을 틀어 놓고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 질문이나 수업 집중을 돕는 교사도 있다. '구글 meet', 'Zoom' 등 프로그램으로 학생도 화상 통화를 하듯 영상을 띄워 수업에 참여하긴 하지만, 300명에 달하는 한 학년 학생이 동시에 원격 화상 시스템에 접촉해 수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일부 시행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생 표정이나 반응을 즉각 즉각 확인할 수 없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갖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다.
수업 내용을 문제로 낸 숙제로 내 거나, 특정 학생을 지목해 마이크를 켜고 대답하게 하는 식이다.
며칠 간 시범수업 기간에는 접속 장애가 발생한 탓에 학생 접속률이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부 온라인 강의가 어색한 교사는 EBS 강의 동영상으로 대신 수업을 진행하고, 과제를 내주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이 학교 재학생 881명 중 수업 장비가 없는 학생은 9명, 와이파이 등 통신 수단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은 7명으로 학생 수강 장비 부족은 생각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학교 측은 원격강의 수강이 어려운 학생들은 휴대용 인터넷 에그 등을 빌려주거나, 등교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일까지 원격수업 연구 시범학교인 서강고, 대촌중, 지산중, 송정초 등 4개 학교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학교 교사들은 각자의 성과를 분석해 다른 전체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진행, 오는 9일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개학에 차질이 없도록 도울 계획이다.
아직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해본 적 없는 다른 학교들은 당장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수업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실제 서강고 교육과정 부장교사에게는 온종일 다른 학교 교사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설이태 교육과정부장 교사는 "다른 학교도 답답해서 문의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콜센터 직원이 된 것 같은데, 하나하나 성실히 답변하며 수업 진행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해 직접 서강고를 찾아온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영상 장비 부족 이야기 등이 언론을 통해 많이 나오지만, 휴대전화나 노트북만 있어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장비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대면 수업 못지않은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다.
결국 교사들의 의지 문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일 고3, 중3 학생들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하루 7교시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