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호 쌍방울 대표 "가족에게 자랑할 수 있는 회사 만들겠다"
“두 아들과 아내에게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오래전부터 다짐했어요.”

1일 속옷 전문업체 쌍방울의 새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세호 총괄경영 부사장(42·사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급변하는 시장을 냉철하게 분석해 회사를 경영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03년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는 “처음부터 사장을 목표로 한 적은 없었지만, 가족에게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업, 마케팅, 매장관리 등 현장을 두루 거쳤다. 회사에 관련된 일은 모르는 게 없다고 해서 사내에선 ‘정통 쌍방울맨’으로 불린다.

처음엔 기획팀에 배치됐다. 영업사원이 부족해 곧장 영업부로 옮겼다. 8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대리점, 공장, 수출 업체 등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재고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유통채널을 뚫을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며 “기존 대리점 매출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판로 개척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2009년 대리점 영업을 담당할 때였다. 재고가 쌓여 회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는 익산 공장에 있던 65억원어치의 속옷 재고를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 대표는 “패션 수출업을 하던 바이어에게 속옷까지 구색을 갖춰 수출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두 달가량 설득해 재고를 좋은 값에 대량 납품했다”며 “그 일로 크게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마스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제 성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해 쌍방울이 인수한 남영비비안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는 “비비안은 백화점 브랜드, 쌍방울은 전통 유통 브랜드인 만큼 서로 유통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생산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방울을 젊은 조직,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회사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영업소장일 때 ‘이대로 가면 우리 회사는 망할 것’이라며 실무자를 부서장에 앉히고 부서장을 다시 현장에 보내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며 “지난해 12월 부사장이 된 뒤 곧장 조직을 개편해 이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대리, 과장급이 부서장을 맡으면서 조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존 부서장들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달라진 시장에서 도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불황, 코로나19 등 악재가 많지만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종합패션회사로 성장해나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삼성이 제일모직을 근간으로 그룹사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종합 패션·유통회사로 충분히 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