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트럼프는 물론 미디어도 잘 다뤄…데이터로 대통령 설득"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잇달아 성공하면서 연일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를 잊게 하는 열정과 고집 센 트럼프 대통령마저 논리로 무장해제시키는 설득력, 미디어를 다루는 능수능란함이 찬사의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부활절 정상화' 계획을 막아낸 것도 파우치 소장이라고 한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79세인 파우치 소장은 하루 4∼5시간만 자고, 늘 목소리가 쉰 상태다.

코로나19에 대한 '나쁜 뉴스'를 전달하느라 쉴 새가 없어서다.

WP는 파우치 소장이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팩트에 반대하는' 대통령을 다루는 동시에 '잔인한' 미디어의 영역에서도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그는 백악관 일일 브리핑은 기본이고, CNN과 같은 기성 미디어는 물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라이브, 코미디 전문채널, 스포츠 전문 인터넷 팟캐스트 등을 넘나들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바로잡거나 반박하는 그에게 우익 진영 일각에서는 '친 힐러리'(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라는 공세를 퍼붓고, 좌파 또는 중도층에서는 그가 이틀 연속 백악관 브리핑에 불참하자 걱정을 앞세우는 등 상반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파우치 소장을 두고 신문은 "끝없는 에너지, 외교적 수완,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에게라도 차분히 말을 반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의 성공 요인이라면서 "파우치의 처방은 팩트, 요령, 그리고 약간의 유머"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올바른 결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부활절(4월12일) 전까지 해제해 미국의 경제를 정상화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포기한 것도 일정 부분 파우치 소장의 덕분이라고 WP는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그(대통령)는 데이터를 보고 바로 알아들었다"며 "데비 벅스(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와 난 함께 오벌오피스로 가서 '여기 데이터가 있으니 보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해를 한 다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일(거리두기)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할 경우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이터를 제시해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결정이 파우치 소장 등의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참모들의 전언을 소개하면서 파우치 소장이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고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결정을 도출하는 데 결정적인 목소리를 제공한다면서 '파우치의 안내를 받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일을 할지' 두려워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의 솔직한 언행에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를 '똑똑하고 딱 부러지는 사람'으로 존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토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