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토브리그는 끝났다
지난겨울 주말마다 푹 빠져 본 드라마가 있었다. 꼴찌로 유명한 야구팀과 승부사 단장이 만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스토브리그’다. 드라마 속 ‘드림즈’란 팀은 골든글러브를 탈 정도로 뛰어난 타자가 있음에도 꼴찌를 면치 못한다. 황당한 실책을 연발하고, 더그아웃에서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든 스포츠가 팀워크가 중요하지만 특히 야구는 팀에 뛰어난 스타선수 몇 명이 있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공을 점유할 수 있는 기회, 즉 점수를 낼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팀에나 27개의 아웃카운트가 주어져 있다. 또 선발투수의 선택, 라인업 구성, 불펜투수의 교체 타이밍과 대타 활용이 경기 향방을 가를 수 있어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어도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란 명언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단장이 스토브리그 동안 팀을 꾸려놓으면 감독이 용병술과 지략으로 지휘하고, 선수들은 팀워크를 우선하며 재능을 발휘한다. 모두가 하나가 돼 움직이기 때문에 팀의 성적도 리더십과 조직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야구가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까닭이자 야구팬들이 열광하며 빠져드는 이유다.

‘드림즈’도 파벌 문제, 스카우트 비리 및 예산 삭감, 부정적인 여론 형성 등 수많은 사고와 마주한다. “해왔던 것을 하면서, 안 했던 것을 한다”는 단장의 리더십은 여기에서 빛난다. 어려움 속에서도 단장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직원 등 모든 구성원의 숨겨진 강점을 찾아내고, 이를 독려한다. 모래알 같던 구성원은 우승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이어나간다. 때론 갈등 속에서도 공동의 목적을 생각하며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스카우트 비리를 투명하게 처리하면서 오히려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이 이 드라마에 찬사를 보냈던 것은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혁신안에 공감하며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조직을 바꿔가는 그 과정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리더십이자 조직문화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마지막 회에선 이런 문구가 나왔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프로야구 개막은 뒤로 연기됐다. 하지만 2020년 새 시즌, 어떤 팀의 팀워크가 새로운 드라마를 쓰게 될지, 어떤 감독의 리더십이 그라운드를 빛낼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