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이 걱정된다.’

정부와 무역업계의 한결같은 우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유럽 등지로 급속히 확산했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의 생산·소비·유통이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이달 수출은 10~20%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달 만에 꺾인 수출…4월, 진짜 위기 닥친다
3월 하순부터 충격 본격화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6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2018년 12월(-1.7%) 후 올 1월까지 14개월 연속 줄었던 수출은 지난 2월 4.3% 반짝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한 달 만에 주저앉았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19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다.

지난달 수입은 0.3% 줄어든 418억7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50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입 하락폭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수출 물량이 작년 동기 대비 13.1% 늘었는데도 전체 수출이 위축된 건 단가 하락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 단가는 전년 동기보다 11.7%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가만 놓고 보면 석유제품(-22.7%), 석유화학(-17.2%), 섬유(-9.7%), 철강(-9.1%) 등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주요 20개 품목 중 11개의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은 D램 등 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7% 줄었다. 선박(-31.4%) 디스플레이(-12.8%) 석유화학(-9.0%) 철강(-6.5%) 등도 감소했다. 컴퓨터(82.3%) 화장품(30.7%) 무선통신기기(13.3%) 자동차(3.0%) 등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5.8% 감소했다. 중남미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5.8% 줄었다. 반면 미국(17.3%) 일본(13.9%) 유럽연합(EU·10.0%)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수출단가 추락…4월 위기

이달 수출은 더 문제다. 코로나19 충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수출 실적을 열흘 단위로 끊어 보면, 지난달 초순(1~10일) 하루 평균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5%, 중순(11~20일)은 2.2%였으나 하순(21~31일)에는 -15.0%로 급감했다.

4월 들어선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품 실적은 계약 후 1~2개월 뒤부터 집계하는 게 보통인데, 코로나19 충격이 2월 중순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업일수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이달 조업일수는 22일로, 작년 동기(24일)보다 이틀 적다. 기저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작년 4월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월만 해도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이전이란 점에서 4월 실적은 훨씬 충격적일 것”이라며 “수출 기업이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현금 지원 확대 등 ‘인공호흡기’를 달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정부는 이날부터 6개월간 신흥시장 수입자 보험 한도를 10%씩 일괄 증액하기로 했다. 미·중·EU 등에 쏠려 있는 수출에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부품 및 조선기자재 업체의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한도 역시 최대 두 배 우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 등을 겪지 않도록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