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동차 연비 향상 목표를 대폭 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권 도전 당시 내건 자동차 기업 부담 완화 공약을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 교통부는 31일(현지시간) 자동차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연비를 2026년까지 L당 17.2㎞로 맞추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도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2년에는 차량 평균 연비를 2025년까지 L당 23.2㎞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이번 규정 개정에 따라 연평균 연비 개선율은 5%에서 1.5%로 내려갔다. 평균 연비를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판매량에 비례해 벌금을 내야 한다. 대형차 중심인 미국 완성차업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준은 올해까지 L당 24.3㎞, 2030년까지는 L당 28.1㎞로 올리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L당 30㎞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 가정은 이제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환경 친화적인 자동차를 살 것”이라며 “오래되고 안전하지 않은 고물차를 버려라. 바이 아메리카”라고 적었다.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벌금 부담을 덜어 자동차를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 거부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다”며 오는 11월 대선에서 투표로 심판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내에서 환경 규제가 가장 강한 캘리포니아 등 23개 주가 이번 규정 변경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