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4000억 CP 긴급 매입했지만…기업 자금조달 금리 더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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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금리 11일 연속 상승
91일물 CP금리 年 2.21%
5년만기 회사채 금리 웃돌아
정책효과에 금리 상승폭은 둔화
91일물 CP금리 年 2.21%
5년만기 회사채 금리 웃돌아
정책효과에 금리 상승폭은 둔화
단기자금 시장이 정부의 대규모 지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증권사와 제조업체들의 신용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어음(CP) 매수세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1일 CP를 일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CP 금리는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채권시장안정펀드가 2일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경색된 자금시장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5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웃돌아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최상위(A1)인 CP 91일물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1%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연 1.36%까지 내려온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CP 금리는 지난달 26일부터는 5년 만기 회사채(AA-) 유통금리를 추월했다. 이 때문에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용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의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P와 CD 금리차가 2009년 이후 최대로 벌어지면서 단기자금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D 금리는 91일물 기준 이날 연 1.10%를 기록했다.
CP 유통금리의 상승을 주도하는 상품은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다수의 상품이 증권사 보증에도 불구하고 연 3~5% 고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만기 1개월짜리 ABCP 310억원어치(발행회사 에프엠유동화제일차)를 연 5% 금리에 발행(판매)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이 ABCP의 발행금리는 2월 말만 해도 연 2.0% 수준이었지만 한 달 새 급등했다.
“금리안정 여전히 안갯속”
단기금융시장 참여자들은 CP 금리의 불안한 움직임이 최소 1주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업계는 은행들이 1분기 장부 마감을 한 뒤 4월부터는 매수에 다시 참여해 CP 시장의 경색이 다소 풀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아직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CP 운용담담 임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다소 사정이 나아지는 듯하더니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 집행에 앞서 4대 시중은행은 전날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CP 매입에 들어갔다. 단기 자금경색을 풀기 위한 긴급 조치지만 CP금리는 오히려 11일째 상승했다.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목적으로 지난달 말부터 투입하고 있는 7조원 규모 정책자금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정책자금과 은행들의 투자자금은 주로 제조업체 CP를 연 2% 안팎의 금리에 매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연 2~5%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ABCP 금리가 계속해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회사와 더불어 CP 시장의 주요 투자자였던 기업과 개인 자산가들도 여유자금을 현금과 주식으로 돌리고 있어 증권사들의 유동성 압박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증권사 CP운용팀장은 “주요 매수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당장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회사채시장 영향 주목
시장 참여자들은 CP 금리의 불안한 움직임이 더 낮은 등급의 CP나 회사채시장으로 번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A1 신용등급 CP 금리가 안갯속에 있다 보니 이보다 신용이 낮은 A2와 A3 등급의 CP 금리는 매수자 측이 사실상 가격을 정하는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의 3개월 이상 장기조달도 어려운 만큼 회사채시장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오는 6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자동차(3000억원), 호텔신라(2500억원), 롯데칠성(2000억원) 등도 이달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로 발행 일정을 잡았던 대림산업, 한솔테크닉스, SK머티리얼즈 등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일정을 연기했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
5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웃돌아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최상위(A1)인 CP 91일물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1%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연 1.36%까지 내려온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CP 금리는 지난달 26일부터는 5년 만기 회사채(AA-) 유통금리를 추월했다. 이 때문에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용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의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P와 CD 금리차가 2009년 이후 최대로 벌어지면서 단기자금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D 금리는 91일물 기준 이날 연 1.10%를 기록했다.
CP 유통금리의 상승을 주도하는 상품은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다수의 상품이 증권사 보증에도 불구하고 연 3~5% 고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만기 1개월짜리 ABCP 310억원어치(발행회사 에프엠유동화제일차)를 연 5% 금리에 발행(판매)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이 ABCP의 발행금리는 2월 말만 해도 연 2.0% 수준이었지만 한 달 새 급등했다.
“금리안정 여전히 안갯속”
단기금융시장 참여자들은 CP 금리의 불안한 움직임이 최소 1주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업계는 은행들이 1분기 장부 마감을 한 뒤 4월부터는 매수에 다시 참여해 CP 시장의 경색이 다소 풀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아직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CP 운용담담 임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다소 사정이 나아지는 듯하더니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 집행에 앞서 4대 시중은행은 전날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CP 매입에 들어갔다. 단기 자금경색을 풀기 위한 긴급 조치지만 CP금리는 오히려 11일째 상승했다.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목적으로 지난달 말부터 투입하고 있는 7조원 규모 정책자금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정책자금과 은행들의 투자자금은 주로 제조업체 CP를 연 2% 안팎의 금리에 매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연 2~5%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ABCP 금리가 계속해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회사와 더불어 CP 시장의 주요 투자자였던 기업과 개인 자산가들도 여유자금을 현금과 주식으로 돌리고 있어 증권사들의 유동성 압박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증권사 CP운용팀장은 “주요 매수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당장 상황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회사채시장 영향 주목
시장 참여자들은 CP 금리의 불안한 움직임이 더 낮은 등급의 CP나 회사채시장으로 번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A1 신용등급 CP 금리가 안갯속에 있다 보니 이보다 신용이 낮은 A2와 A3 등급의 CP 금리는 매수자 측이 사실상 가격을 정하는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의 3개월 이상 장기조달도 어려운 만큼 회사채시장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오는 6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자동차(3000억원), 호텔신라(2500억원), 롯데칠성(2000억원) 등도 이달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로 발행 일정을 잡았던 대림산업, 한솔테크닉스, SK머티리얼즈 등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일정을 연기했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