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에 대한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도 실물경기 전망과 달리 긍정적이었다.

한국 부자들…41세에 사업으로 돈 모아, 65세 때 증여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을 조사해 2일 발표한 ‘2020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자들은 평균 41세에 초기 자본금(시드머니)을 모으기 시작해 65세에 증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부의 원천은 부동산이었다. 시드머니 마련 수단(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는 ‘부동산’이라는 대답이 61.5%로 가장 높았다.

부자들의 부동산경기 전망은 최근 4년 중 가장 긍정적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는 전망은 지난해와 비교해 10.6%포인트 줄어든 반면 회복될 것으로 보는 전망은 12.5%포인트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전체의 65.4%였다. 실물경기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정체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7%로 절반이 넘은 것과 상반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전반적인 금융자산 수익률이 떨어져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팔겠다는 부자보다는 사겠다는 부자가 더 많았다.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년 만에 감소했지만 50.9%로 여전히 절반 이상이었다. 부동산을 사겠다는 응답 비율은 14.9%로 부동산을 팔겠다는 응답 비율(9.1%)보다 높았다.

보유 부동산 종류도 연령대와 재산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50대 이하는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56.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60대 이상은 상업용 부동산이 52.0%를 차지했다. 10억~30억원대 자산 보유자는 주택 비중이 82%, 그중에서도 ‘거주목적’ 주택이 65%를 차지한 반면 상업용 부동산의 비중은 9%에 그쳤다. 반면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는 보유 부동산 중 주택 비중이 37%에 불과한 데 비해 상업용 부동산의 비중은 55%에 달했다. 부동산 투자에 따른 대규모 자본이득보다 상업용 부동산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 확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자들이 1순위 노후 생활비 원천으로 꼽은 항목 중 부동산은 27.3%를 차지해 35.3%를 나타낸 예적금·보험의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부자들은 예상 노후 생활비와 예상 수령 연금의 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이나 보험 외에도 부동산을 적절히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