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며 감원보다는 유급휴업·휴직을 권고하고 있지만 무리한 지원 기준이 되레 영세 사업장의 해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휴업이나 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사업주가 지급한 인건비(휴업수당)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휴직·휴업·해고 등의 적법 여부에 대해 문의가 잇따르자 전국 지방관서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고용부는 휴업 및 휴직에 대해 근로기준법(제46조)을 근거로 ‘사업주의 자체 판단에 따른 휴업은 사용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으므로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근로기준법은 휴업수당으로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주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예방 차원의 휴업, 부품업체 휴업에 따른 부품 공급 중단과 예약 취소로 인한 휴업·휴직도 사업주의 귀책 사유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이런 휴업도 ‘사용자의 세력 범위 안에서 발생한 경영 장애’라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중국 공장 휴업으로 부품 수급을 못 하고 있는 제조업체와 예약 취소로 매출이 급감한 여행사도 사업주 책임으로 휴업·휴직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직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정부는 휴업·휴직을 독려하며 기존 고용유지지원금 한도를 사업주가 지급한 휴업수당의 75%에서 90%로 올렸다. 최대한 많이 보전해줄 테니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직원 고용 유지는커녕 당장 생존 위기에 내몰린 영세 사업장들 사이에선 정부의 법 해석에 무리가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코로나19 사태로 예약이 전부 취소됐는데 이게 어떻게 사업주 재량권 안에 있는 일이냐”며 “인건비 지원이 아니라 직원을 내보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