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집에서 쉬게 해야 나오는 고용유지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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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모든 한계기업 인건비 90% 지원한다는데…
업계 "지급조건 완화해야"
"지원금 받으려고 직원 쉬게하면
위기 이후 회사 경쟁력 사라져
휴직 여부 관계없이 예산 집행을"
이달부터 모든 한계기업 인건비 90% 지원한다는데…
업계 "지급조건 완화해야"
"지원금 받으려고 직원 쉬게하면
위기 이후 회사 경쟁력 사라져
휴직 여부 관계없이 예산 집행을"
“5000억원으로 예산만 늘리면 뭐합니까. 3개월간 일을 안 시켜야 돈을 준다는데…. 이런 대책으로는 식물 기업만 늘릴 뿐입니다.”
25년간 식품 물류업을 해온 A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달 30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서울고용센터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1시간 이상 기다려 만난 창구 직원으로부터 “휴직 중인 직원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지키고, 휴직 중인 직원에게 전화로라도 업무를 시키다 적발되면 5배를 물어내야 한다”는 엄포를 듣고 나서다. 고용을 유지하며 기업을 운영하라는 건지, 하지 말고 고용지원금을 받으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신청 건수 24배 폭증
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업주가 휴업을 하고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그중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지원금은 1995년 도입돼 그동안 1000개 안팎 기업에 한 해 1000억원 미만이 지원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들어 4월 1일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는 3만6646건. 하루 3000건 안팎의 신청이 몰리면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514건)의 24배로 폭증했다. 총 신청 인원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각 고용노동청 창구는 마비 상태다.
정부는 4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증액했다. 예산을 1004억원에서 5004억원으로 늘렸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은 지원금의 범위도 75%에서 90%로 대폭 확대했다.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 140만원을 주고 유급 휴직을 줬다면 기존에는 정부로부터 105만원을 받았다. 이제 12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업종도 여행업과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시작해 최근 학원, 도소매업, 전세버스 업체, 해운사와 병원, 한의원까지 확대했다.
불만만 쌓이는 접수 창구
그러나 정작 한계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매출이나 생산량이 이전보다 15% 감소했거나 재고가 50% 이상 늘었어야 한다. 직원을 휴직시켜야만한다는 조건도 문제다. 노사가 합의해 휴직한 직원에 한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상공인들은 그러나 “당장 매출이 없다고 회사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받는 중에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거나 일을 시킬 수 없고, 지원금 수령 후 1개월간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거나 권고사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적발되면 지원금의 최대 5배가 징수된다.
한 중형 외식업체 대표는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는데 10년씩 일한 직원을 내보낼 수 없어 고용지원금을 신청하려다가 낙담했다”며 “생산시설도 정비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직원들을 휴직시키면 지원이 끊긴 이후 회사의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환급 방식 등으로 바꿔야
전문가들은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일부 세금 환급 등의 방식으로 직원 휴업·휴직과 상관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편이 오히려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매출이 크게 하락한 기업을 선별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4대 보험료 등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게 가장 효과가 높은 고용 유지 대책”이라며 “지원 방식에 대한 시스템 없이 창구에서 혼란만 일으키는 고용유지금은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당장 한계 상황에 닥친 기업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불법 수령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이 없는 프리랜서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더 큰 피해와 실업대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특기강사를 파견하는 한 사업체 대표는 “수업한 시간만큼 수업료를 받아가는 프리랜서 강사 50명이 3월에 이어 4월까지 ‘기약 없는 무소득 상태’에 있다”며 “회사원과 안정적 소득이 있는 사람들만 지원받을 수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하고 있는 한모씨는 “스포츠 강사들은 보통 1년간 계약하고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없어 대량 실업 상황에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25년간 식품 물류업을 해온 A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달 30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서울고용센터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1시간 이상 기다려 만난 창구 직원으로부터 “휴직 중인 직원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지키고, 휴직 중인 직원에게 전화로라도 업무를 시키다 적발되면 5배를 물어내야 한다”는 엄포를 듣고 나서다. 고용을 유지하며 기업을 운영하라는 건지, 하지 말고 고용지원금을 받으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신청 건수 24배 폭증
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업주가 휴업을 하고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그중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지원금은 1995년 도입돼 그동안 1000개 안팎 기업에 한 해 1000억원 미만이 지원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들어 4월 1일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는 3만6646건. 하루 3000건 안팎의 신청이 몰리면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514건)의 24배로 폭증했다. 총 신청 인원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각 고용노동청 창구는 마비 상태다.
정부는 4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증액했다. 예산을 1004억원에서 5004억원으로 늘렸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은 지원금의 범위도 75%에서 90%로 대폭 확대했다.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 140만원을 주고 유급 휴직을 줬다면 기존에는 정부로부터 105만원을 받았다. 이제 12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업종도 여행업과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시작해 최근 학원, 도소매업, 전세버스 업체, 해운사와 병원, 한의원까지 확대했다.
불만만 쌓이는 접수 창구
그러나 정작 한계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매출이나 생산량이 이전보다 15% 감소했거나 재고가 50% 이상 늘었어야 한다. 직원을 휴직시켜야만한다는 조건도 문제다. 노사가 합의해 휴직한 직원에 한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상공인들은 그러나 “당장 매출이 없다고 회사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받는 중에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거나 일을 시킬 수 없고, 지원금 수령 후 1개월간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거나 권고사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적발되면 지원금의 최대 5배가 징수된다.
한 중형 외식업체 대표는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는데 10년씩 일한 직원을 내보낼 수 없어 고용지원금을 신청하려다가 낙담했다”며 “생산시설도 정비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직원들을 휴직시키면 지원이 끊긴 이후 회사의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환급 방식 등으로 바꿔야
전문가들은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일부 세금 환급 등의 방식으로 직원 휴업·휴직과 상관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편이 오히려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매출이 크게 하락한 기업을 선별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4대 보험료 등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게 가장 효과가 높은 고용 유지 대책”이라며 “지원 방식에 대한 시스템 없이 창구에서 혼란만 일으키는 고용유지금은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당장 한계 상황에 닥친 기업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불법 수령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이 없는 프리랜서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더 큰 피해와 실업대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특기강사를 파견하는 한 사업체 대표는 “수업한 시간만큼 수업료를 받아가는 프리랜서 강사 50명이 3월에 이어 4월까지 ‘기약 없는 무소득 상태’에 있다”며 “회사원과 안정적 소득이 있는 사람들만 지원받을 수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하고 있는 한모씨는 “스포츠 강사들은 보통 1년간 계약하고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없어 대량 실업 상황에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