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클라우드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정보기술(IT)업체인 서비스나우도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IT 업무가 급증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 업체 데이터센터 구축 잇따라

지난해 11월 국내시장 공식 진출을 밝힌 서비스나우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열었다고 2일 발표했다. 서비스나우는 201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세계 혁신기업 1위로 꼽은 미국의 대표적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클라우드업체다. 핵심 사업은 일반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관련 시스템 관리다. 인력 관리, 소비자 관리 등 반복 업무를 단순화하는 등 고객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돕고 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서비스나우의 가세로 한국 시장을 두고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도 지난 2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울과 부산에 두 곳의 리전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부산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라클도 지난해 6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국내 업체들은 방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 춘천에 이어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 1일 세종시와 데이터센터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올 하반기에 건축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에 맞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때인 만큼 준공이 늦어지지 않도록 데이터센터 설립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분야 클라우드에 주력하던 NHN은 금융과 쇼핑 등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T 등 국내 통신사들은 주로 금융과 공공기관 관련 클라우드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 가속화

해외 IT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3427억원에서 2022년 3조7238억원으로 3년 새 58.9%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도 커졌다.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격 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클라우드 서버를 확대하고 있다. 초·중학생 대상 온라인 강의 사이트 ‘e학습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맡고 있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최근 관련 서버를 200배 늘렸다. NBP 관계자는 “지난달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는 대학들의 클라우드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60여 개 대학이 최근 KT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이승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