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숙 역촌1구역 조합장 "강남 못잖은 디테일로 역촌동 랜드마크 짓겠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은 오래된 주거 지역이지만 마땅한 ‘대장 아파트’가 없었습니다. 역촌1구역이 디테일까지 완벽한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겁니다.”

오경숙 역촌1구역 조합장(62·사진)은 단지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그는 “타일이나 마감재를 중국산이 아니라 유럽산을 사용하고 금송 같은 고급 조경을 세련되게 꾸며 디테일만큼은 강남 어느 단지 못지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역촌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은 2007년 구역 지정된 뒤 13년 만에야 이주 및 철거 단계에 도달했다. 그동안 시공사는 세 차례 바뀌었고 비대위와 전 조합장, 조합집행부, 조합원 간 갈등으로 고소·고발이 끊이질 않았다. 그 과정에서 조합 상근이사였던 오 조합장은 2016년부터 조합을 이끌고 있다. 오 조합장은 “복마전처럼 집행부와 비대위, 업체 간 각종 비리와 음해 등이 잇따랐다”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허점이 너무 많아 악용될 구멍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오 조합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비용 절감이다. 조합 내부의 갈등과 내홍으로 사업이 지체되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서다. 오 조합장은 삼성물산 의류사업부에서 6년간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비사업과는 무관한 이력이다. 하지만 그는 “패션사업에 몸담은 경험 덕분에 유통 분야만큼은 꿰고 있다”며 “원자재 조달 비용과 이윤 등을 일일이 파악해 시공사 및 용역업체들과 협상하며 사업성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오 조합장은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여태까지 고생한 조합원을 생각해 조합원 분양가만은 10년 전으로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역촌1구역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4억원 초반대다. 인근 역촌센트레빌 시세보다 2억원 가까이 저렴하다. 총 740가구 중 444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조합원 90%가량이 이주했다. 부분 철거를 앞두고 멸실 신고한 상태다. 오 조합장은 아파트 단지명을 지역 이름 대신 동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음달 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오 조합장은 최근 갈현, 대조를 비롯해 은평구 내 몇 개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는 “다들 역촌1구역을 실패한 정비사업장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며 “인근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