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증권사 등 非은행 금융사에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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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공급에도 CP금리 또 상승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대비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대비
한국은행이 증권회사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을 검토하고 나섰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이어 비은행 금융사 대출이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방침이다. 한국판 양적완화에도 자금시장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위기라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주요 간부를 소집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한 뒤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기본적으로 은행 또는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을 지원하지만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으로 세계에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회사 14곳(은행 2곳, 증권사 12곳)이 매입을 요청한 5조2500억원 규모의 RP(91일 만기)를 전량 매입했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87억달러도 풀었다. 한은과는 별도로 2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도 가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CP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A1 등급 91일물 CP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3%에 장을 마쳤다.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미적대다간 위기 키운다"…韓銀 '2금융 대출' 특단조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한은법 80조를 바탕으로 비은행 금융회사 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했다. 당시 종금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3조원을 대출했다. 한은이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1997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통해 5조원의 자금을 금융회사에 풀었다. 이와 별도로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어음(CP)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A1 등급 91일물 CP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3%에 장을 마쳤다.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 카드를 꺼낸 것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가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이날 CP 금리를 밀어올린 것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증권사들은 PF 대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 삼아 ABCP를 적잖게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발행한 PF 대출 ABCP 규모는 12조92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금리를 높여도 PF ABCP 투자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A1 등급인 증권사 PF ABCP 금리는 같은 등급의 일반 기업 CP보다 높은 연 3%대까지 치솟았다.
한 증권사 CP 운용팀장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 목록에 A1 등급의 증권사 ABCP가 빠져 있다”며 “한은·정부가 돈을 쏟아도 ABCP 물량 부담은 여전한 탓에 단기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A1 신용등급인 ABCP 금리가 치솟다 보니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A2와 A3 등급 CP는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A3 등급 CP는 4%대 중반 금리로 겨우 팔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중견 제조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대책을 최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증권사 자금지원 방안은 후순위로 밀린 듯하다”며 “그 탓에 채안펀드도 제조업체 CP 매입을 우선하고 증권사 ABCP는 매입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가동한 채안펀드는 계획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을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 담당자는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지금시장이 더 냉각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증권사에 대출할 경우 이 같은 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증권사에 대출하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요구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담보로 잡을 우량 회사채 범위 선정은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추후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이태호 기자 lovepen@hankyung.com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주요 간부를 소집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한 뒤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기본적으로 은행 또는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을 지원하지만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으로 세계에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회사 14곳(은행 2곳, 증권사 12곳)이 매입을 요청한 5조2500억원 규모의 RP(91일 만기)를 전량 매입했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87억달러도 풀었다. 한은과는 별도로 2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도 가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CP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A1 등급 91일물 CP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3%에 장을 마쳤다.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미적대다간 위기 키운다"…韓銀 '2금융 대출' 특단조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한은법 80조를 바탕으로 비은행 금융회사 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했다. 당시 종금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3조원을 대출했다. 한은이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1997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통해 5조원의 자금을 금융회사에 풀었다. 이와 별도로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업어음(CP)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A1 등급 91일물 CP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2.23%에 장을 마쳤다.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 카드를 꺼낸 것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가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이날 CP 금리를 밀어올린 것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증권사들은 PF 대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 삼아 ABCP를 적잖게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발행한 PF 대출 ABCP 규모는 12조92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금리를 높여도 PF ABCP 투자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A1 등급인 증권사 PF ABCP 금리는 같은 등급의 일반 기업 CP보다 높은 연 3%대까지 치솟았다.
한 증권사 CP 운용팀장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 목록에 A1 등급의 증권사 ABCP가 빠져 있다”며 “한은·정부가 돈을 쏟아도 ABCP 물량 부담은 여전한 탓에 단기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A1 신용등급인 ABCP 금리가 치솟다 보니 이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A2와 A3 등급 CP는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A3 등급 CP는 4%대 중반 금리로 겨우 팔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중견 제조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대책을 최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증권사 자금지원 방안은 후순위로 밀린 듯하다”며 “그 탓에 채안펀드도 제조업체 CP 매입을 우선하고 증권사 ABCP는 매입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가동한 채안펀드는 계획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을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 담당자는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지금시장이 더 냉각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증권사에 대출할 경우 이 같은 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증권사에 대출하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요구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담보로 잡을 우량 회사채 범위 선정은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추후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이태호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