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우리들의 성장기를 풍요롭게 해준 작가들이 있다.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던 그들은 때론 국어 교과서에도 등장해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성일이 쓴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지식여행 펴냄)는 이런 작가들을 우리 곁으로 소환한다.
활자매체 시대를 수놓은 당대 최고 작가 28명의 생애와 문학을 돌아본다.
책에 실린 작가들은 모두 지금 이 세상에 없다.
밤하늘 별처럼 저 멀리서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립다'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
작가론이지만 딱딱한 정식 문예 비평은 아니다.
수필처럼 대가들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쉽고 친근하게 살펴본다.
등장하는 작가들은 소설가부터 시인, 동화작가, 수필가까지 다양하다.
현대문학 기틀을 닦은 이상, 정지용, 김춘수, 조지훈, 조병화, 홍명희, 이태준, 이효석 등부터 소설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황순원, 김동리, 박경리, 최인호, 박완서, 이문구 등을 다룬다.
저자는 최인호에게 '별들의 고향'은 지금 어떠냐고 묻고 서정주에게는 '동천'에도 국화꽃이 피었더냐고 질문한다.
이상에게는 "멜론은 드셨는지요?"라고 묻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요절한 이상이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멜론이 먹고 싶다"였다.
잡문을 절대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황순원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이렇다.
'문학 말고는 관심 두지 않았던 선비'.
이문구에 대해서는 좌우 이념을 넘어 문단을 아우른 맏형 같은 사람이라고 회고한다.
박완서의 평소 유언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자신이 죽거든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 부의금을 받지 말라며 후배 사랑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조성일은 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잡지사 편집장을 지냈다.
지금은 출판 평론가로 일하며 역사 관련서를 집필 중이다.
저서로 '100년 후에 다시 읽는 독립선언서', '새 역사를 열어가는 교회', '미국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 역사', '지금 당장 글 잘 쓰기' 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