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유세 시작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유세 시작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후보가 지난 2일 난데 없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날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정식을 하며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8년 전 대구에 내려오면서부터 도전을 시작한 포부가 있었고, 대구에서 시작해서 대한민국을 바꾸어보겠다는 꿈과 포부"라며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 두 번은 패배하고, 한 번은 승리해 이제 다시 도전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치 인생의 전부를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필코 승리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갑작스런 김 후보의 대권 도전 선언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호보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저 역시 통합당 대권 후보군에 들어간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김 후보는 일찌감치 여권의 잠룡으로 평가받아오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권 도전 선언은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총선 판세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수성갑 여론조사 7건(3월 1일~4월 1일 시행)을 분석한 결과 김 후보는 주 후보에게 한 번을 빼고는 모두 졌습니다. 지난달 26~27일 중앙일보 의뢰로 입소스가 한 조사(수성구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에서 김 후보는 37.4%, 주 후보는 44.8%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지난달 28일 TBC, 매일신문 의뢰로 주식회사 소셜데이타리서치가 한 조사(수성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25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에서는 김 후보는 39.2%, 주 후보는 49.4%였습니다.

다만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수성갑 지역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한 결과 김 후보는 41.3%로, 주 후보(38.3%)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습니다. 이때도 김 후보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다"라고 답한 적극적 투표층 지지율에서 주 후보에 뒤졌습니다. 적극적 투표층(전체 응답자의 77.1%) 지지율에서 김 후보는 41.0%, 주 후보는 43.4%로 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기록했습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대권 도전 선언으로 선거판에 어떻게든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려고 하거나, 아예 선거를 포기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 후보는 4일에는 고산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베란다를 바라보며 혼자 연설하는 이른바 '벽치기 유세'를 했습니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다시 당선돼 지역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의 승부수는 과연 통할까요. 혹시라도 대구가 서울 종로처럼 대선의 관문이 될 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