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향방뿐 아니라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여야 간 ‘사생결단’의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과반을 상대에게 넘겨준다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때 이른 레임덕(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 현상)에 빠질 수 있고, 미래통합당은 당내 대권 주자 간 내분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5일 리얼미터,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4월 첫째주 조사에서 국민의당, 민생당, 정의당 등 제3 정당 중 어느 곳도 5%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차지한 지난 20대 총선과는 달리 눈에 띄는 제3 정당이 없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선 거대 양당 중 한 곳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면 2년여의 임기가 남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주요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승리는 곧 ‘정권 심판’의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들에 대해 비토(거부)를 놨다고도 볼 수 있어 정책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반을 넘겨준다면 말 그대로 국정 마비 사태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통합당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국정농단’이라며 총선에서 이긴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승리는 통합당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두 번의 총선 등 네 차례 연속 패배를 의미한다. 과반을 넘겨준다면 당내 분란은 최정점에 달할 수밖에 없다.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물론 유력 대권 주자였던 황교안 대표 역시 대권 가도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동시에 후계 대권 구도를 놓고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묵은 비박과 친박계 간 싸움이 벌어질 개연성도 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과반을 넘겨준다면 ‘네 탓 공방’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이 과정에서 이른바 당내 잠룡들이 정치적 상처를 받는다면 그 여파가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