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역 바로 앞 도넛 전문점
가게 쪽으로 지하철 출구 없어
주민 동선과 안 겹쳐 매출 저조
강력한 역세권이란 인접한 역 대비 유효수요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중심이 될 자리는 주(主)동선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 이들 상가는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역세권 상가보다 유효수요가 풍부하고 주동선까지 걸쳐 있다면 공실이나 임차료 인하도 찾기 힘들다.
서울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과 불광역을 예로 들어보자. 두 곳은 은평구의 대표적인 역세권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이들 역을 중심으로 유효수요 범위를 그려보면 크기가 다르다. 출퇴근을 위해 연신내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와 불광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신내역이 불광역에 비해 두 배 정도 넓은 유효수요 범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연신내역 인근 프랜차이즈 매출이 대체로 불광역보다 높다. 특히 연신내역 사거리에서 서북쪽 지역은 가장 넓은 유효수요 범위를 보인다. 출퇴근을 위해 주변 다른 역으로 이동할 요인이 없어서다. 필자의 매출 조사에 따르면 연신내역 6번 출구 앞 빵 프랜차이즈는 하루 매출이 700만원가량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바로 옆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하루 매출이 400만원을 넘는다. 40㎡가 될까 말까 한 면적의 우동 전문점은 하루 매출이 200만원, 2층 커피전문점도 250만원을 육박한다. 이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하루 평균 매출이 140만원 정도이고 해당 점포가 2층에 있다는 입지 여건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불광역 앞에 들어선 도넛 전문점은 폐점했다. 왜 그랬을까. 혹시 도넛이라는 상품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서일까. 이 같은 측면도 일부 있겠지만 성업 중인 다른 가맹점들을 고려하면 충분한 답이 되지 않는다. 최근 각광받는 브랜드가 아닌 데다 입지까지 나쁜 게 폐점한 원인이다.
지도를 보면 과거 도넛 전문점이 있던 곳은 불광역 사거리 앞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방향엔 지하철 출구가 없다. 영업이 잘되기 위해선 인근 주거지 사람들이 역으로 이동하는 동선에 걸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동선은 도넛 전문점과 닿지 않는다.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도넛 전문점과 맞닥뜨리기도 전에 나오는 출구를 이용해 지하철역에 드나든다. 맞은편 주거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해당 방향에 있는 출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동선이 도넛 전문점을 지나지 않는다.
결국 불광역 사거리에 들어선 도넛 전문점은 60만~70만원 정도의 저조한 하루 매출을 올리다 폐점했다. 점포 문을 닫으면 점주가 입을 손실이 얼마나 클지는 뻔하다.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점포를 열거나 상가 투자를 하기 전에 주변 지역의 유효수요와 주동선을 꼼꼼히 검토하고 입지를 선별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