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부산대 총장,<와세다대학의 개혁> 번역 출간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은 6일 10년에 걸친 재정개혁을 통해 파탄 직전의 대학을 부활시킨 일본 와세다대학의 개혁 기록보고서인 『와세다대학의 개혁』[원제: 와세다 재생(再生)](부산대출판부)을 번역·출간했다.

전 총장이 임기 중 번역서를 출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전 총장은 1850년대 크림전쟁의 실상과 언론 보도로 인한 영국 내각의 총사퇴 과정을 다룬 역서인『펜의 힘』을 2018년 발간해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진 바 있다.

전 총장이 이번에 두 번째로 번역해 소개한 세키 쇼타로의 『와세다대학의 개혁』의 원제(原題)는 ‘와세다 재생(再生)’이고, 부제는 ‘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다. 이 책은 대학개혁을 다루고 있는데,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이 어떻게 재정개혁을 이루고 교직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 총장은 설명했다.

원저자인 세키 쇼타로는 일본 와세다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40년 동안 증권회사에 근무하면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 책은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급증하던 시기인 1994년, 그가 모교인 와세다대학의 부총장으로 초빙 받아 재직하며 10년간 와세다대학의 재정개혁을 총괄 지휘해 파탄 직전까지 몰렸던 와세다대학을 재정혁신을 통해 부활시킨 개혁의 기록보고서이다.

세키 쇼타로 부총장은 차입금 축소로 이자지출 감소, 유휴자산 매각과 활용으로 자산운용수입 증대, 원가 및 소모비용 절감 등 재정혁신 방안을 과감히 추진했다. 그 결과 방만하고 부실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대학의 재정 상태는 대학 재정 수입이 줄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최상위 바로 아래 등급(AA+)을 받을 만큼 눈부시게 탈바꿈했다.

저자는 21세기 교육에 필요한 교육시설 투자는 과감하게 추진하고, 대학정보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를 통해 대학 거버넌스 제도를 확립하는 등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인 와세다대학을 부활시키고 대학에 ‘경영’을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와세다대학의 개혁> 번역 출간
역자인 전 총장(사진)은 "와세다대학의 개혁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과 정책들이 많이 담겨 있다”며 “이 책에서 보여주듯 대학의 위기를 외부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대학 스스로의 개혁과 혁신에 더 주목하고, 개혁은 대학 내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번역서 출간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 총장은 임기 동안의 거점 국립대 총장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대학 개혁과 고등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평소 깊이 있게 고민, 성찰하며 정부에 정책 건의도 활발히 해 왔다. 2016년부터 부산대 총장으로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현실을 교육 현장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며 특히 재정에 있어서 ‘경영자’가 아닌 ‘집행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총장의 고뇌와 딜레마를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전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담론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고, 인구 급감으로 향후 10년 안에 대학 10개 중 5개는 사라질 것”이라며 “지난 4년간 대학 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교수의 기득권과의 싸움과 재정확충”이라고 전했다. 대학의 위기는 외부 요인보다 변화를 거부하는 내부 요인이 더 크다고 진단을 내린 것이다.

전 총장은 “국내 상황과 해외 대학의 성공 사례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 부분이 없을지 다방면으로 모색해 왔다”며 “대학은 평가와 경쟁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고유의 기능과 목적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그리고 대학에는 ‘운영’만이 아니라 ‘경영’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여 주시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