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쌍용차 "정부·産銀에 지원 요청"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계획 철회로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가 정부와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사진)은 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해 있다”며 “노동조합과 협력해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한 2300억원 규모의 신규 자본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3개월간 최대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해 쌍용차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방한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2300억원)를 전제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쌍용차에 대한 17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의 신규 투자가 무산되면서 산은 지원도 불투명해졌다.

예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힌드라의 자금 사정 악화가 쌍용차 투자 약속 철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힌드라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자금 경색에 내몰렸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신규 투자 백지화에도 불구하고 경영 쇄신 작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예 사장은 “마힌드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300억원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니라 향후 3년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오는 7월 만기를 맞는 산업은행 차입금(700억원)을 마힌드라 지원금(400억원)과 자구 노력으로 만든 자금을 더해 상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유동성 문제나 신차 출시 등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쌍용차는 작년 4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819억원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산은은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와 관련해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산은이) 마힌드라에 대해 사전적으로 할 이야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보형/임현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