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증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주요 산유국과 러시아는 미국, 캐나다 등도 감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와 사우디간 감산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며 “러시아는 미국도 감산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후 오후 3시 기준 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27.91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33.88달러에 손바뀜됐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10개국 등 이른바 OPEC+가 긴급 영상 회담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WTI가 26달러 선에 팔리는 등 급락한 가격을 일부 회복했다. OPEC+는 당초 6일 회담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회담을 오는 9일께로 미뤘다.

OPEC+는 최근 3년여간 3∼6개월을 단위로 감산 합의를 갱신하는 식으로 유가를 조절했다. 올초까지 OPEC+의 기존 감산량은 일평균 210만 배럴이었다. 지난 2월 사우디가 OPEC국은 하루에 100만 배럴, 비OPEC국은 일평균 50만 배럴씩을 더 줄이자고 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결렬됐다.

중동 주요 산유국과 러시아 등은 새 감산 합의가 성사될 경우 미국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드미트리예프 CEO는 이날 “세계가 최악의 경제 침체를 맞을 전망”이라며 “러시아, 사우디를 비롯해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OPEC+에 속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도 감산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같은날 수하일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감산 합의가 된다면 OPEC+를 비롯해 모든 산유국이 합심해야 한다”며 “모두가 신속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OPEC+가 미국 등에 감산 요구를 확대함에 따라 실제 주요 산유국간 감산 합의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도르 루키야노프 처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등이 감산한 틈을 타 미국이 증산할 경우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꼴이라 (OPEC+끼리의) 감산 합의가 어렵다”며 “미국이 감산에 참여하지 않는 한 유가 문제는 예전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와 사우디는 미국에 공개적으로 원유 생산량 감축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다른 분야에서라도 타협안을 받아내고자 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미국에 대(對)러 경제제재 일부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