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갑 김대호, 선대위 회의서 "태어나보니 살만한 나라여서 기준이 유럽·미국"
김종인 "당 입장 아냐…30·40대, 우리나라 중추", "김대호, 성격에 문제있다"
황교안도 "아주 부적절한 발언" 지적…김대호, 페북 글 통해 "진의 떠나 사죄"
[총선 D-9] 통합당 김대호 "3040, 논리 없고 무지"…논란 커지자 사과(종합2보)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6일 당의 선거 대책을 논의하는 공개석상에서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세대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통합당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60·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발전을 이룩했는지 잘 아는 데 30·40대는 그런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태어나보니 어느 정도 살만한 나라여서 이분들의 기준은 유럽이나 미국쯤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30·40대의 문제의식은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문제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장·발전했는지 그 구조·원인·동력을 모르다 보니, 기존 발전 동력을 무참히 파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다"면서 "그런데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올해 57세다.

김 후보의 말에 장내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렁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 후보의 문제 발언은 자신이 선거운동 중 만난 60·70대는 뜨거운 반응을 보인 반면에 "30·40대는 차갑고 심지어는 경멸과 혐오를 보인다"고 한 뒤 부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대한민국이 왜 이것밖에 안 되나, 저것은 보수·기득권 사람들 때문이라 (30·40대가) 생각하는 것 같다.

물이 반 컵이나 있다는 60·70대와 반 컵밖에 안 된다는 30·40대"라고도 했다.

김 후보의 말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논란을 부르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어느 개인이 한마디 한 것을 마치 당의 입장처럼 보도하는 것은 삼가셨으면 좋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하며 "아까 관악갑에 출마한 사람이 30대, 40대 운운한 것과 관련해 나는 그 사람 성격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운동권 출신인 데다가 변신한 사람이 돼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에 대해 감정적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나는 분명하게 30·40대가 우리나라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비교적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서울에서 한국 정치의 변화를 가져오는 투표를 할 것이라는 점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김 후보에 대해 당이 '조치'를 할 가능성에 대해 "그 사람 이야기에 대해 무슨 별다른 조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를 위해 국회를 찾은 황교안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발언과 관련,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발언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징계 가능성'에 대해 묻자 "말씀하신 것 중에 당내에서 논의 중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제명 등 좀 더 구체적인 징계 수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당내에서 논의 중에 있다"고 반복하며 자세한 답변을 삼갔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는 오후 3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사려 깊지 못한 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드려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다만 제 발언의 진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낀 30대 중반부터 40대 분들의 미래통합당에 대한 냉랭함을 당의 성찰과 혁신의 채찍이요, 그 문제 의식을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진의 여부를 떠나 제가 부족하고 과문한 탓"이라며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국민과 30∼40대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초를 다투고 각지에서 최선을 다하시고 계시는 통합당 후보들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당 선거대책본부는 앞서 이날 오후 2시께부터 회의를 열어 김 후보의 발언 논란 관련 파장 및 추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나마 김 후보의 사과문이 나온 만큼 지도부 등이 추가 논의를 거쳐 당의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