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빨라지는 세계 인구 변화,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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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할 때다. 한 유치위원이 필자에게 말했다. “올림픽 오륜기의 오륜 중 일륜은 중국에 해당됩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없으므로 이제 중국 차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한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20%로, 5명 중 1명이 중국인이었다. 다섯 번째 아이를 기다리는 서양인 부부가 5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는 통계 때문에 중국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중국인이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면 지구를 30바퀴나 돌 수 있다든지, 중국인의 머리 위에 다른 중국인이 계속 올라서면 그 길이가 지구에서 달까지의 네 배나 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세계 인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2027년이 되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된다. 2019년 중국 인구는 14억3000만 명, 인도 인구는 13억7000만 명이다. 2027년이 되면 인도가 14억7000만 명으로 중국을 앞선다는 것이다.
산아제한? 중국은 포기, 인도는 부활
순위 역전에는 양국 정부의 인구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실시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억제에 효과를 봤다. 그러다 2016년 ‘전면적 두 자녀’ 정책으로 선회했음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중국의 출산율이 미국(1.80명)보다 낮은 1.62명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산아제한 정책의 전면 폐기를 검토 중이다.
인도가 인구 억제 정책을 펴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70년대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인디라 간디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하자 그 후 집권한 정부들은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포기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 집중으로 인한 폐해 때문에 산아제한 정책을 다시 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필자는 인도의 선거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인도 총선은 18세 이상 9억 명의 유권자가 100만 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인류 최대의 선거다. 7단계로 진행되며 투표에서 개표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당 3만 명)에서의 선거 관람은 폭발적 인구 증가가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 인도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남녀 성비 불균형이다. 두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아 태아를 유산하고 사내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5000만 명 이상 더 많다. 2060년 인도와 중국에서는 100명의 처녀당 160명의 총각이 있게 된다. 독신 남성의 증가가 범죄와 폭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볼 때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인구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2045년 미국은 더 이상 백인국가가 아니다.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이 인구의 절반을 웃돈다. 변화의 중심에 히스패닉계가 있다. 2018년 말 6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했던 히스패닉계는 2050년 30%에 달할 것이다. 현재 세계 3위의 인구 대국인 미국은 2050년 나이지리아에 이어 4위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사망률 증가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의 과다복용 및 불법 남용으로 인해 미국인의 사망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15세 소년이 50세까지 죽을 확률은 방글라데시보다 미국에서 더 높다.
韓, 저출산·초솔로사회 문제 심각
유엔이 발간한 ‘2019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7억 명인 인구가 2050년엔 97억 명, 2100년엔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대륙의 인구 비중이 감소하나 아프리카는 현재 17%(13억1000만 명)에서 2067년 31%(31억9000만 명)로 급증할 것이다. 인구 증가율 상위 20개국 중 19개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2018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마카오를 제외하면 세계 최저다. 전문가들은 2100년 한국 인구가 30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9년 14.9%에서 2067년 46.5%(세계 평균은 18.6%)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출산 기피와 함께 ‘초솔로사회’의 대두도 인구문제 악화의 주요 요인이다. 피카소는 사망 직전 말했다. “자네가 결혼을 안 한 것은 잘못이야. 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네.” 평생 두 명의 아내, 다섯 명의 정부(情婦) 외에 뭇여성들과도 사귀었던 피카소가 미혼인 주치의에게 남긴 마지막 충고가 솔로를 고수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당시만 해도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20%로, 5명 중 1명이 중국인이었다. 다섯 번째 아이를 기다리는 서양인 부부가 5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는 통계 때문에 중국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중국인이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면 지구를 30바퀴나 돌 수 있다든지, 중국인의 머리 위에 다른 중국인이 계속 올라서면 그 길이가 지구에서 달까지의 네 배나 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세계 인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2027년이 되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된다. 2019년 중국 인구는 14억3000만 명, 인도 인구는 13억7000만 명이다. 2027년이 되면 인도가 14억7000만 명으로 중국을 앞선다는 것이다.
산아제한? 중국은 포기, 인도는 부활
순위 역전에는 양국 정부의 인구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실시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구 억제에 효과를 봤다. 그러다 2016년 ‘전면적 두 자녀’ 정책으로 선회했음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중국의 출산율이 미국(1.80명)보다 낮은 1.62명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산아제한 정책의 전면 폐기를 검토 중이다.
인도가 인구 억제 정책을 펴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70년대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인디라 간디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하자 그 후 집권한 정부들은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포기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 집중으로 인한 폐해 때문에 산아제한 정책을 다시 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필자는 인도의 선거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인도 총선은 18세 이상 9억 명의 유권자가 100만 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인류 최대의 선거다. 7단계로 진행되며 투표에서 개표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당 3만 명)에서의 선거 관람은 폭발적 인구 증가가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 인도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남녀 성비 불균형이다. 두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아 태아를 유산하고 사내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5000만 명 이상 더 많다. 2060년 인도와 중국에서는 100명의 처녀당 160명의 총각이 있게 된다. 독신 남성의 증가가 범죄와 폭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볼 때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인구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2045년 미국은 더 이상 백인국가가 아니다.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이 인구의 절반을 웃돈다. 변화의 중심에 히스패닉계가 있다. 2018년 말 6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했던 히스패닉계는 2050년 30%에 달할 것이다. 현재 세계 3위의 인구 대국인 미국은 2050년 나이지리아에 이어 4위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사망률 증가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의 과다복용 및 불법 남용으로 인해 미국인의 사망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15세 소년이 50세까지 죽을 확률은 방글라데시보다 미국에서 더 높다.
韓, 저출산·초솔로사회 문제 심각
유엔이 발간한 ‘2019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7억 명인 인구가 2050년엔 97억 명, 2100년엔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대륙의 인구 비중이 감소하나 아프리카는 현재 17%(13억1000만 명)에서 2067년 31%(31억9000만 명)로 급증할 것이다. 인구 증가율 상위 20개국 중 19개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2018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마카오를 제외하면 세계 최저다. 전문가들은 2100년 한국 인구가 30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9년 14.9%에서 2067년 46.5%(세계 평균은 18.6%)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출산 기피와 함께 ‘초솔로사회’의 대두도 인구문제 악화의 주요 요인이다. 피카소는 사망 직전 말했다. “자네가 결혼을 안 한 것은 잘못이야. 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네.” 평생 두 명의 아내, 다섯 명의 정부(情婦) 외에 뭇여성들과도 사귀었던 피카소가 미혼인 주치의에게 남긴 마지막 충고가 솔로를 고수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