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가 시가총액의 28%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어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상사, 시총의 28% '통큰' 자사주 매입에 상한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상사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1만1800원에 마감했다. 지난 3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KB증권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일 LG상사 시가총액(3527억원)의 28.4%에 해당하는 액수다.

시장에서는 LG상사가 풍부해진 현금을 이용해 주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트윈타워 지분 전량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매각했다. 베이징트윈타워 지분 25%를 보유한 LG상사에는 3412억원의 현금이 들어왔다.

올 들어 LG상사는 주력 사업인 자원개발과 물류업 실적 전망에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초 1만5050원이던 주가는 지난달 23일 6710원에 마감하며 55.42% 하락했다. 현재 LG상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39배다.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의 39%에 불과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LG상사 목표주가를 기존 1만2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기업가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취득으로 LG그룹의 LG상사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LG상사가 취득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경우 현재 최대주주인 (주)LG의 지분율은 24.7%에서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실적도 괜찮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LG상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08억원으로 작년 4분기(17억원) 대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자원개발 부문에서 석탄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최근 국제 유가 하락은 석탄 채굴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