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이슈 프리즘] '코로나 전투'가 깨닫게 해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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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의존 伊, 민간 의존 美보다
한국의 건강보험체계 '강점'
메르스때처럼 '경험' 자산화해야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한국의 건강보험체계 '강점'
메르스때처럼 '경험' 자산화해야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지난 2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땐 ‘설마’했다. 하지만 설마가 현실이 됐다. 국내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180여 명이다. 당시엔 1만 명이란 숫자가 엄청난 공포감을 줬는데, 정작 현실화된 지금은 숫자에 무덤덤해진 듯하다. 마스크와 함께하는 ‘코로나19 일상’에 적응해가는 탓도 있지만,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 영향이 크다.
미국에선 확진자가 33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1만여 명이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뉴욕의 병원 주차장에 쭉 늘어서 있는 임시영안실용 냉동트럭들. 사진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의료장비 부족으로 의사가 어느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어느 환자에게 대줘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사율이 9~12%대다. 한국도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해외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매일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사회적 불안감이 덜한 건 대량검사와 빠른 진단,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통해 확산 속도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무엇보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버텨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평소 무심했던 것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예를 들면 한국 의료시스템의 경쟁력이다. 이탈리아의 사망자 폭증은 공공의료체계의 취약성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탈리아에선 대부분 의사들이 공무원이다. 재정 악화로 의료부문 예산이 줄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유럽연합(EU) 내 다른 국가들로 빠져나갔다. 민간보험에만 의존하는 미국도 허점이 많다. 미국은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는 국민이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 발열증상이 있어도 치료비가 겁나 병원에 못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모두 정도와 역할 차이는 있지만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공공성’을 갖고, 한편으론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의 병상 수가 인구 1000명당 12.3개로, 미국(2.8개) 이탈리아(3.2개)보다 훨씬 많은 이유다. 인구당 외래방문 횟수도 세계 최대다. 한 대학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접근도와 병상준비율 등이 유럽 미국과 국내의 대응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국경을 열어둔 채 환자를 계속 추적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IT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애초 불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신사와 카드사 등의 협조를 얻어 확진자나 의심자들의 동선을 파악한다. 지난달엔 국토교통부 등이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평균 24시간 걸리던 확진자 동선 파악을 10분 만에 할 수 있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마스크 5일제’도 중복 투약을 막기 위한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모든 경험은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면 ‘자산’이 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뼈아픈 경험도 그랬다. 감염병 대응체계가 정비됐고, 신속한 진단키트 보급을 가능케 한 ‘긴급사용 승인제도’가 도입됐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 의료·IT 인프라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곳곳에서 취약점도 드러냈다. 전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이로 인한 혼란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현장의 IT 인프라가 생각보다 열악하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코로나 전투’가 끝나면 강점은 키워 기회로 삼고, 미비점은 보완해 향후를 대비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최전선 의료진이 탈진하지 않게, 후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부터.
미국에선 확진자가 33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1만여 명이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뉴욕의 병원 주차장에 쭉 늘어서 있는 임시영안실용 냉동트럭들. 사진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의료장비 부족으로 의사가 어느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어느 환자에게 대줘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사율이 9~12%대다. 한국도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해외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매일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사회적 불안감이 덜한 건 대량검사와 빠른 진단,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통해 확산 속도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무엇보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버텨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평소 무심했던 것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예를 들면 한국 의료시스템의 경쟁력이다. 이탈리아의 사망자 폭증은 공공의료체계의 취약성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탈리아에선 대부분 의사들이 공무원이다. 재정 악화로 의료부문 예산이 줄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유럽연합(EU) 내 다른 국가들로 빠져나갔다. 민간보험에만 의존하는 미국도 허점이 많다. 미국은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는 국민이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 발열증상이 있어도 치료비가 겁나 병원에 못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모두 정도와 역할 차이는 있지만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공공성’을 갖고, 한편으론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의 병상 수가 인구 1000명당 12.3개로, 미국(2.8개) 이탈리아(3.2개)보다 훨씬 많은 이유다. 인구당 외래방문 횟수도 세계 최대다. 한 대학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접근도와 병상준비율 등이 유럽 미국과 국내의 대응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국경을 열어둔 채 환자를 계속 추적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IT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애초 불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신사와 카드사 등의 협조를 얻어 확진자나 의심자들의 동선을 파악한다. 지난달엔 국토교통부 등이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평균 24시간 걸리던 확진자 동선 파악을 10분 만에 할 수 있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마스크 5일제’도 중복 투약을 막기 위한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모든 경험은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면 ‘자산’이 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뼈아픈 경험도 그랬다. 감염병 대응체계가 정비됐고, 신속한 진단키트 보급을 가능케 한 ‘긴급사용 승인제도’가 도입됐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 의료·IT 인프라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곳곳에서 취약점도 드러냈다. 전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이로 인한 혼란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현장의 IT 인프라가 생각보다 열악하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코로나 전투’가 끝나면 강점은 키워 기회로 삼고, 미비점은 보완해 향후를 대비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최전선 의료진이 탈진하지 않게, 후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