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한계 상황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보다는 분위기가 나아졌다지만 예년 대비 매출이 큰 폭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간신히 버텨오던 ‘벼랑끝 자영업자들’이 전염병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겁니다.

지인 중 한 분이 최근 시중은행을 찾았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75%로 낮춘 만큼 대출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까 해서였죠. 은행 직원의 답변은 예상 외였습니다. “기준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에선 조달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출이자를 낮춰줄 수 없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낮춘 건 코로나19 여파로 한계에 봉착한 가계·기업을 돕기 위한 조치였을 겁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즉각 인상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을 위한 정책이었던 것 같다”고 망연자실해 했습니다.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은의 ‘빅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오히려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몇몇 대출상품은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와 연동하는데, 최근들어 안전자산인 금융채 가격까지 하락(금리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지난달 13일 최고등급 금융채(5년짜리) 금리는 연 1.535%였는데 지난달 말 1.559%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연 1.5%의 저리 대출을 총 2조7000억원 규모로 내주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받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온라인 및 전화예약 시스템은 아예 먹통이죠.

이 와중에 문을 닫는 상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도 전이던 올해 1월 외식업 경기지수는 65.68(기준점=100)에 불과했습니다. 역대 최저 수준이죠. 조만간 공개될 2~3월 통계는 최악이 될 겁니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1~20일 1600곳이 폐업했는데, 작년 동기 대비 132곳 늘어난 수치입니다. 폐업 상가 중에는 2008년 이전부터 영업했던 ‘오래된 식당’ 114곳이 포함됐습니다. 한 번 빈 상가는 새로운 상가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자기자본으로 영업하는 이는 드물 겁니다. 매출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매달 이자 상환일은 꼬박꼬박 돌아옵니다. 한은 금리인하와 경기 부양책을 현장에서 실제 체감하고 있는지, 정부가 세심하게 챙겨야 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