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회사 직원들이 재난 피해기업이나 혁신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대출을 내줬다가 문제가 생겨도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도 면책 대상에 포함돼 ‘코로나 대출’ 공급 확대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부문 면책제도 전면 개편 방안’을 7일 발표했다. 금융회사 검사·제재 관련 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거쳐 이달 중순께 시행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재난 피해를 본 기업·소상공인 지원, 동산·지식재산권 담보대출,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 기술력·성장성 기반 중소기업대출, 규제샌드박스 업무 등을 감독규정에 면책 대상으로 명시했다. 금융위는 혁신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면책 대상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 면책 여부가 모호한 업무는 금융회사가 금융위에 면책 대상 지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정부는 과거에도 “고의·중과실만 없으면 면책한다”는 원칙을 밝히곤 했지만 고의·중과실 기준이 모호했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금융당국은 ‘면책추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적 이해관계가 없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고의·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원칙이다. 다만 소비자에게 큰 손실을 입혔거나, 시장 질서를 훼손했거나, 대주주·계열사 간 거래제한 규정을 어긴 경우는 면책받을 수 없다.

금융위는 면책심의위원회, 금감원은 제재면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면책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개별 제재 건의 면책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 심의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내부에도 면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당국의 제재를 피하더라도 내부 징계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책제도 개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할 때부터 약속한 정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금융권 간담회에서 코로나 대출과 관련해 적극적인 면책을 약속했다.

금융권은 “제도 개편의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늘 금융회사는 당국의 지적을, 금융당국은 감사원의 지적을 걱정하며 몸을 사렸다”며 “면책 활성화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