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제적으로 협력 진행 중…엄정 수사 예정"
유포자 대부분 미성년자…성착취물 개당 1만∼3만원에 거래
도박사이트 회원가입 대가로 텔레그램 'VVIP방' 초대도
해외 메신저라 검거 안 된다?…디스코드 국제공조로 수사 확대
조주빈(24·구속)이 운영한 '박사방' 등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에서 옮겨간 것으로 알려진 채팅 앱 '디스코드'에서 성 착취물을 유포한 중고생 등 남성 10명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추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본사나 운영진이 베일에 싸인 텔레그램과는 달리 미국에 본사를 둔 디스코드는 국제공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해 가담자들에 대한 국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디스코드에 대한 본격 수사를 개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채널 운영자 3명과 중고생 등 성착취물 유포자 7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사용자에 대한 집중 단속으로 성착취물 유통이 디스코드 등의 다른 인터넷 메신저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의 국제공조를 통한 디스코드 측의 수사 협조가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일 김선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특별수사단 브리핑에서 "사법절차와 미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충분히 공조수사가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미 어떤 국제공조 결과 회신에 따른 정보 공유를 통해 검거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해외 메신저라고 해서 검거가 안 될 것으로 예상해 많은 범죄들이 이뤄진 측면이 있는데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상당히 많은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메신저라 검거 안 된다?…디스코드 국제공조로 수사 확대
경찰에 따르면 2015년 5월 게임 내 메신저로 개발된 디스코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뒀다.

국내 청소년 등 게임 사용자들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실시간 다중 음성채팅을 하기 위해 주로 이용하면서 알려졌다.

디스코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는 것처럼 누구라도 채널을 개설·운영하기가 쉬웠다.

또 디스코드가 보유한 기능 중 하나인 '맞배너'를 통해 서로의 채널을 홍보하고 회원들을 초대하기가 용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운영자로 검거된 3명은 20대 대학생(구속) 외에 만 12세의 중학생도 있었으며, 나머지 1명은 고교생이었다.

심지어 이 중학생은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범행을 했다.

구속된 20대 대학생 A씨는 디스코드 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가입을 조건으로 '텔레그램 VVIP방'에 초대해주는 식으로, 역으로 텔레그램으로 회원들을 유도하기도 했다.

입건된 나머지 유포자 7명은 대부분 미성년자로, '1대1 대화'(DM·Direct Message)를 통해 다운로드 링크를 공유해주는 방식으로 아동·청소년 등의 성착취물을 거래했다.

경찰이 공개한 DM 중 일부를 보면 최근 성착취물 유포 단속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n번방 다 (거래) 가능합니다'라는 식으로 제안하는 판매자를 볼 수 있었다.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은 개당 1만∼3만원에 문화상품권이나 계좌이체를 통해 거래됐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 외에 추적 수사 대상은 86명이며,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한 이들에 대한 수사 확대로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메신저라 검거 안 된다?…디스코드 국제공조로 수사 확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