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018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예측치를 20% 이상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그럼에도 LG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2분기부터 닥칠 ‘실적 절벽’이 걱정스럽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兆 탈환했지만…웃지 못한 LG전자
LG전자가 7일 공시한 1분기 매출은 14조7287억원, 영업이익은 1조904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1%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 지난달 중순부터다.

주력 제품인 생활가전과 TV는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제품 구색이 개선됐다. 이익이 많이 나는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케팅 활동이 줄어든 게 오히려 이익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은 이렇다 할 업황 개선이 없었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갈아타는 소비자 수가 예상을 밑돌면서 신제품 판매가 저조했다. 자동차 부품 역시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률 저하로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은 2분기다. LG전자는 개인 소비자 의존도가 높아 경쟁사보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이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글이나 애플에 서버용 반도체를 팔아 매출과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브라질 공장 등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상태인 데다 베스트바이 등 주요 가전제품 유통채널들도 영업을 중단했다”며 “2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16년 1분기부터 잠정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 편의를 위해서다.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 등은 이달 말 실적설명회에서 공개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