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서 '바이러스' 만난 이주열…"'Mr. 면밀히'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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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0%대 금리'시대 열어
美 뒤이어 금리인하…'실기론' 나와
美 뒤이어 금리인하…'실기론' 나와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총재의 별명은 '미스터 면밀히'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한 이후 이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불확실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등 '면밀히'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다.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주열 총재는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소집,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연 0.75%로 끌어내렸다. '한국형 양적완화' 카드도 꺼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적기에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를 다소 가볍게 여긴 한은이 금리인하에 한 박자 늦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폈던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상황에서 한계는 있겠으나 정책의 속도가 매번 늦은 점은 새겨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게 양적완화?"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았다. 다소 파격적인 정책에 시장의 기대감은 커졌다. 특히 증권사 유동성 공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총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정통 한은맨'으로서 위기를 거치며 익혔던 통화정책 감각을 발휘해 과감한 결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07년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맡았던 이 총재는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기여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시장을 위한 립서비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달러 유동성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점은 이 총재의 성과다.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화스와프 체결의 이면에는 이 총재의 인맥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이 총재는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인 이 총재는 파월 의장과 BIS총재회의에서 2~3개월에 한 번꼴로 만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전례없는 바이러스 위기에 한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은법상 가능한 모든 정책으로 금융기관의 자금 부족을 막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물경제에 덮친 먹구름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운영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산업계 전반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7%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일본 노무라 증권)까지 나온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여력이 있는 만큼 연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 중이다.
거시경제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원 실장은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은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하는 것을 허용해 자금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의 애매한 화법이 시장을 여러번 혼란스럽게 했다"며 "위기상황일수록 시장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소통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