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서 '바이러스' 만난 이주열…"'Mr. 면밀히'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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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0%대 금리'시대 열어
美 뒤이어 금리인하…'실기론' 나와
美 뒤이어 금리인하…'실기론' 나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두 번째 임기의 반환점에서 바이러스와 맞닥뜨렸다. 급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각계각층은 그에게 '통화정책 운용의 묘'를 요구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총재의 별명은 '미스터 면밀히'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한 이후 이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불확실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등 '면밀히'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다.
현재 이 총재는 '미스터 면밀히'라는 별명이 오명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엄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이 중요해져서다.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주열 총재는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소집,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연 0.75%로 끌어내렸다. '한국형 양적완화' 카드도 꺼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적기에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해졌던 2월까지만 해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당시 이 총재는 "현 경제위축은 불안심리 확산에 의한 것"이라며 금리인하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입장이 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8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라는 '빅 컷'을 단행하자 뒤늦게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를 다소 가볍게 여긴 한은이 금리인하에 한 박자 늦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폈던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상황에서 한계는 있겠으나 정책의 속도가 매번 늦은 점은 새겨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게 양적완화?"
'금리인하 실기론'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이 총재는 적극적인 유동성 정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자 사상 첫 무제한 돈풀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한은은 사실상 '양적완화'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았다. 다소 파격적인 정책에 시장의 기대감은 커졌다. 특히 증권사 유동성 공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총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정통 한은맨'으로서 위기를 거치며 익혔던 통화정책 감각을 발휘해 과감한 결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07년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맡았던 이 총재는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한은이 언급한 '양적완화'라는 표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들도 적지는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은에서 작은 일을 부풀려 말하는 '침소봉대'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한은의 돈풀기 정책은 양적완화가 아니라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실시한 유동성 공급 확대라는 이유에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시장을 위한 립서비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달러 유동성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점은 이 총재의 성과다.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화스와프 체결의 이면에는 이 총재의 인맥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이 총재는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인 이 총재는 파월 의장과 BIS총재회의에서 2~3개월에 한 번꼴로 만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 실물경제 침체 우려…"'Mr. 면밀히' 탈피해야"
전례없는 바이러스 위기에 한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은법상 가능한 모든 정책으로 금융기관의 자금 부족을 막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물경제에 덮친 먹구름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운영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산업계 전반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7%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일본 노무라 증권)까지 나온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여력이 있는 만큼 연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 중이다.
거시경제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원 실장은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은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하는 것을 허용해 자금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의 애매한 화법이 시장을 여러번 혼란스럽게 했다"며 "위기상황일수록 시장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소통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총재의 별명은 '미스터 면밀히'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한 이후 이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불확실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 "면밀히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등 '면밀히'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다.
현재 이 총재는 '미스터 면밀히'라는 별명이 오명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엄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이 중요해져서다.
2018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주열 총재는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2년 만에 임시 금통위를 소집,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연 0.75%로 끌어내렸다. '한국형 양적완화' 카드도 꺼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적기에 대응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해졌던 2월까지만 해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당시 이 총재는 "현 경제위축은 불안심리 확산에 의한 것"이라며 금리인하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입장이 바뀌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8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라는 '빅 컷'을 단행하자 뒤늦게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를 다소 가볍게 여긴 한은이 금리인하에 한 박자 늦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폈던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상황에서 한계는 있겠으나 정책의 속도가 매번 늦은 점은 새겨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게 양적완화?"
'금리인하 실기론'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이 총재는 적극적인 유동성 정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자 사상 첫 무제한 돈풀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한은은 사실상 '양적완화'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았다. 다소 파격적인 정책에 시장의 기대감은 커졌다. 특히 증권사 유동성 공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총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정통 한은맨'으로서 위기를 거치며 익혔던 통화정책 감각을 발휘해 과감한 결정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07년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맡았던 이 총재는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한은이 언급한 '양적완화'라는 표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들도 적지는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은에서 작은 일을 부풀려 말하는 '침소봉대'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한은의 돈풀기 정책은 양적완화가 아니라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실시한 유동성 공급 확대라는 이유에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시장을 위한 립서비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달러 유동성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점은 이 총재의 성과다.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화스와프 체결의 이면에는 이 총재의 인맥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이 총재는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인 이 총재는 파월 의장과 BIS총재회의에서 2~3개월에 한 번꼴로 만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 실물경제 침체 우려…"'Mr. 면밀히' 탈피해야"
전례없는 바이러스 위기에 한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은법상 가능한 모든 정책으로 금융기관의 자금 부족을 막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물경제에 덮친 먹구름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의 운영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산업계 전반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7%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일본 노무라 증권)까지 나온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여력이 있는 만큼 연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 중이다.
거시경제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원 실장은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은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하는 것을 허용해 자금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의 애매한 화법이 시장을 여러번 혼란스럽게 했다"며 "위기상황일수록 시장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소통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