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총선공약에 "그래서?"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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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 설립과 공무원 증원
전문가들 우려 귀 막고 강행
일자리 날려버린 '소주성'도
"공약 이행" 밀어붙여 재앙 자초
'선거판 지뢰' 더는 밟지 말아야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전문가들 우려 귀 막고 강행
일자리 날려버린 '소주성'도
"공약 이행" 밀어붙여 재앙 자초
'선거판 지뢰' 더는 밟지 말아야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정부가 최근 확정지은 ‘한전공대’ 설립과 국가공무원 정원 확대에는 공통점이 몇 개 있다. 막대한 재원(財源)이 두고두고 소요된다는 점, 그래서 야당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는 것 등이다. 한전공대를 짓는 데는 설립비용과 운영경비 등을 합쳐 최소한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설립 예정지인 전남 나주 인근에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 등 국립을 포함해 대학이 10여 개나 있는데 별도의 공대가 왜 필요하냐는 반대가 거세다. 지난해 설립 허가가 두 차례나 미뤄진 배경이다. 그런 와중에 교육부는 지난 3일 화상회의를 열어가면서까지 ‘설립 강행’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보다 열흘 앞서 국가공무원 정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전 20년 동안 단 한 번밖에 개정되지 않았던 시행령을 3년 연속 고치면서 해마다 정원을 늘리고 있다. 2012년 99만4000명이었던 공무원이 올해 말엔 11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와 연금 등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올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39조원)은 2017년(33조4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불어났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부담으로 전가된다.
‘한전공대’와 공무원 정원 확대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3년 전 대통령선거 때의 공약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강행’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을 17만 명 증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약속했고,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그 ‘약속’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공약했으니까 지키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지만 작년 초 ‘백지화’를 선언했다. 청와대를 대체할 부지를 찾지 못했고, 경호와 의전 등에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음을 깨닫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 공약은 일사천리로 강행하고 있다. 노인 아파트경비원 등 노동약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린 다락같은 최저임금 인상, 기업과 노동자의 개별적 선택 여지를 봉쇄한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곳곳에서 ‘평지풍파’ 논란을 일으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각국 경제가 날벼락을 맞고 있지만, 한국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임금 근로시간 등을 규제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꺾어놓고는 재정을 압박하는 조치를 밀어붙인 바람에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약화돼서다. 이로 인한 기업 투자의 급속한 위축과 청·장년 일자리의 대거 증발, 가계 실질소득 감소 등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이 경제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에 성장률(2.0%, 2.3%)은 물론 실업률(3.8%, 3.7%)에서마저 역전당했다는 사실은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당은 1주일 뒤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간경제를 더 옥죄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공약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177개 공약은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난 ‘대형 유통점포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겠다는 등의 ‘설상가상’ 조치가 수두룩하다.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하는 ‘편 가르기’를 빼놓지 않았다.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약하고 고용경직성을 강화하는 등 규제 일색이다.
모든 공약에는 그 나름의 논리와 명분이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래서?”다. ‘혁신’ ‘공정’ ‘포용’ 등의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엉터리 정책들이 멀쩡한 경제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의 사례가 차고 넘친다. 이들 나라를 나락에 빠뜨린 첫 단추는 선거였다. 공약의 현실적합성을 짚고 또 짚어야 하는 이유다.
haky@hankyung.com
정부는 이보다 열흘 앞서 국가공무원 정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전 20년 동안 단 한 번밖에 개정되지 않았던 시행령을 3년 연속 고치면서 해마다 정원을 늘리고 있다. 2012년 99만4000명이었던 공무원이 올해 말엔 11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와 연금 등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올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39조원)은 2017년(33조4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불어났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부담으로 전가된다.
‘한전공대’와 공무원 정원 확대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3년 전 대통령선거 때의 공약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강행’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을 17만 명 증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약속했고,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그 ‘약속’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공약했으니까 지키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지만 작년 초 ‘백지화’를 선언했다. 청와대를 대체할 부지를 찾지 못했고, 경호와 의전 등에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음을 깨닫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 공약은 일사천리로 강행하고 있다. 노인 아파트경비원 등 노동약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린 다락같은 최저임금 인상, 기업과 노동자의 개별적 선택 여지를 봉쇄한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곳곳에서 ‘평지풍파’ 논란을 일으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각국 경제가 날벼락을 맞고 있지만, 한국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임금 근로시간 등을 규제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꺾어놓고는 재정을 압박하는 조치를 밀어붙인 바람에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약화돼서다. 이로 인한 기업 투자의 급속한 위축과 청·장년 일자리의 대거 증발, 가계 실질소득 감소 등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이 경제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에 성장률(2.0%, 2.3%)은 물론 실업률(3.8%, 3.7%)에서마저 역전당했다는 사실은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당은 1주일 뒤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간경제를 더 옥죄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공약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177개 공약은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난 ‘대형 유통점포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겠다는 등의 ‘설상가상’ 조치가 수두룩하다.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하는 ‘편 가르기’를 빼놓지 않았다.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약하고 고용경직성을 강화하는 등 규제 일색이다.
모든 공약에는 그 나름의 논리와 명분이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래서?”다. ‘혁신’ ‘공정’ ‘포용’ 등의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엉터리 정책들이 멀쩡한 경제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의 사례가 차고 넘친다. 이들 나라를 나락에 빠뜨린 첫 단추는 선거였다. 공약의 현실적합성을 짚고 또 짚어야 하는 이유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