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국내 유통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비대면 소비를 뜻하는 ‘언택트 소비’의 확산. 이 거대한 물결에 오프라인 유통회사는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더 이상 유통산업을 주도할 수 없게 됐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번 가속이 붙은 이 흐름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도 되돌리긴 힘들 전망이다. 쇼핑은 이제 ‘당연히’ 온라인에서 하고, 오프라인에선 가끔 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유통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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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49 대 51이었다. 쿠팡, 11번가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매출을 다 합한 것이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매출 총액과 비슷했다. 작년 2월에는 이 비중이 39% 수준에 불과했다. 3월엔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역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온라인 소비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유럽 등지에선 아직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베이스 업체 모두 대규모 물류투자를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외국에선 꽤 오랫동안 지속됐던 ‘사재기’가 한국에선 불과 며칠 만에 끝났다.

온라인 판매는 영역을 대폭 넓혀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명품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선 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 명품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와 41%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선 이 기간 매출 증가율이 97%에 달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이 작년까지만 해도 드물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상품의 한계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과거 온라인 쇼핑은 책, 패션, 전자기기 등 한정된 상품에 국한됐다. 상품 구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식품 판매가 대폭 늘었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통해 돌풍을 일으킨 게 계기였다. 쿠팡, 신세계, 롯데 등도 2018년 말부터 시장에 뛰어들어 ‘새벽배송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등도 온라인 판매가 많다. 기존 판매대리점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분야다. 볼보건설기계는 온라인으로 소형 굴착기의 구매 예약을 받기도 했다. 선물시장도 온라인이 대체하고 있다. 카카오가 2011년부터 시작한 ‘선물하기’ 서비스는 지난해 약 3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커피 쿠폰부터 명품까지 상품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 선물은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해주고 상품을 보내주는 물류센터 역할까지 할 것이란 것이다. 이미 일부 대형마트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

안재광/노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