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뚫고 전세계 배송하는 아마존…"코로나 승자는 온라인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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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임팩트…새로운 질서가 온다
(3) 유통산업 주도권이 바뀐다
온라인 > 오프라인 대세역전
(3) 유통산업 주도권이 바뀐다
온라인 > 오프라인 대세역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승자는 온라인 유통업체뿐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프랑스의 레제코 등 유럽 언론들이 지난달 20일 일제히 보도한 기사다. 하루 전날 미국 식품전문매체인 푸드내비게이터가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고 있는 식품·유통업계 상황을 조목조목 분석하자 이를 인용해 다시 내보냈다.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더 이상 경쟁 관계에 있지 않고 온라인 업체가 완전히 따돌렸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은 저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이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기 보급과 사재기 방지 등 공적인 역할까지 맡고 있다.
혁신을 거듭해온 온라인 유통업체
코로나19 이전까지 온라인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1위인 아마존과 오프라인 1위인 월마트만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아마존의 매출은 2805억달러로, 월마트 5103억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임직원 수도 75만 명 대 220만 명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아마존이 추월한 것은 수익성뿐이었다. 지난해 아마존의 순이익은 116억달러로, 월마트 66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었다.
물론 아마존이 월마트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온 것은 사실이다. 2년 전 두 회사의 매출 차이는 3000억달러를 웃돌았지만 지난해엔 2300억달러 정도로 줄었다. 2년간 월마트는 임직원을 10만 명 줄였지만 아마존은 30만 명 가까이 늘렸다.
아마존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과 물류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월마트도 투자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규모와 과감성은 아마존에 미치지 못했다. 아마존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내놨지만 월마트는 매장에 오는 소비자에 여전히 치중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소비 급증
코로나 시대는 이동 제한과 격리의 시대다.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필수불가결한 판매점을 제외하곤 영업을 정지시켰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특히 휴대폰을 이용한 주문이 급증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2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3% 증가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줄었다. 1월 매출 증가율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10.2%,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4.1%였다.
2월 수치는 그나마 한국에서 코로나19 영향이 일부분만 반영된 것이다. 한국에선 2월 18일이 코로나 확산의 분기점이었다. 이날 신천지 확진자가 나왔으며, 확진자 수가 31명에서 51명으로 급증했다. 대구에 초비상이 걸렸고, 정부는 20일 이후 외출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3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감소율은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주문은 처음 하기가 힘들지 한번 해보면 이후엔 편하게 할 수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코로나 이후 온라인 주문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오프라인 업체는 언제든 매장을 다시 셧다운(일시 업무정지)할 여지가 있다. 서울의 신세계 강남점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몇 차례 문을 닫았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니 이용을 점차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 더 늘리는 온라인 유통업체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인력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중국 업체다. 셧다운이 먼저 시작되다 보니 투자도 먼저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배송인력 등 5만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징둥닷컴도 1만5000명을 더 뽑기로 했다.
3월엔 아마존이 5월 말까지 10만 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시급도 15달러에서 17달러로 2달러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 유통업체도 인력 채용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테스코는 3월에만 2만 명의 임시직원을 채용했다. 모리슨은 4월에 3500명의 직원을 뽑았고, 알디는 정규직 4000명, 임시직 5000명 등 총 9000명을 더 충원한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IT, 콜센터, 물류센터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빠른 배송을 위해 배달로봇, 드론 등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는 테스코도 노년층을 위해 콜센터를 늘리고, 인력도 대거 확충하고 있다. 테스코는 늘어나는 배달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물품수납 공간을 당초 66만 곳에서 22만 곳을 더 늘리고 있다.
공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온라인 유통업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아마존에 의료기기 보급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페덱스 UPS 등 기존 화물 운송업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자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갖춘 아마존이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보급해달라는 게 미 정부의 요구였다. 아마존은 최근엔 캐나다 정부와 의료장비 배송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마존은 ‘사재기 대처’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에서 사재기가 벌어지자 의약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우선 비축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상품’의 배송은 늦췄다. 또 온라인 공간에서 가격이 대폭 올라간 100만 개의 아이템을 판매 목록에서 지웠다. FT는 이를 두고 “아마존이 코로나 시대에 적십자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노경목 기자 kkm1026@hankyung.com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프랑스의 레제코 등 유럽 언론들이 지난달 20일 일제히 보도한 기사다. 하루 전날 미국 식품전문매체인 푸드내비게이터가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고 있는 식품·유통업계 상황을 조목조목 분석하자 이를 인용해 다시 내보냈다.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더 이상 경쟁 관계에 있지 않고 온라인 업체가 완전히 따돌렸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은 저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이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기 보급과 사재기 방지 등 공적인 역할까지 맡고 있다.
혁신을 거듭해온 온라인 유통업체
코로나19 이전까지 온라인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1위인 아마존과 오프라인 1위인 월마트만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아마존의 매출은 2805억달러로, 월마트 5103억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임직원 수도 75만 명 대 220만 명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아마존이 추월한 것은 수익성뿐이었다. 지난해 아마존의 순이익은 116억달러로, 월마트 66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었다.
물론 아마존이 월마트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온 것은 사실이다. 2년 전 두 회사의 매출 차이는 3000억달러를 웃돌았지만 지난해엔 2300억달러 정도로 줄었다. 2년간 월마트는 임직원을 10만 명 줄였지만 아마존은 30만 명 가까이 늘렸다.
아마존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과 물류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월마트도 투자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규모와 과감성은 아마존에 미치지 못했다. 아마존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내놨지만 월마트는 매장에 오는 소비자에 여전히 치중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소비 급증
코로나 시대는 이동 제한과 격리의 시대다.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필수불가결한 판매점을 제외하곤 영업을 정지시켰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특히 휴대폰을 이용한 주문이 급증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2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4.3% 증가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줄었다. 1월 매출 증가율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10.2%,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4.1%였다.
2월 수치는 그나마 한국에서 코로나19 영향이 일부분만 반영된 것이다. 한국에선 2월 18일이 코로나 확산의 분기점이었다. 이날 신천지 확진자가 나왔으며, 확진자 수가 31명에서 51명으로 급증했다. 대구에 초비상이 걸렸고, 정부는 20일 이후 외출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3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감소율은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주문은 처음 하기가 힘들지 한번 해보면 이후엔 편하게 할 수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코로나 이후 온라인 주문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오프라인 업체는 언제든 매장을 다시 셧다운(일시 업무정지)할 여지가 있다. 서울의 신세계 강남점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몇 차례 문을 닫았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니 이용을 점차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자 더 늘리는 온라인 유통업체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인력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중국 업체다. 셧다운이 먼저 시작되다 보니 투자도 먼저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배송인력 등 5만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징둥닷컴도 1만5000명을 더 뽑기로 했다.
3월엔 아마존이 5월 말까지 10만 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시급도 15달러에서 17달러로 2달러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 유통업체도 인력 채용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테스코는 3월에만 2만 명의 임시직원을 채용했다. 모리슨은 4월에 3500명의 직원을 뽑았고, 알디는 정규직 4000명, 임시직 5000명 등 총 9000명을 더 충원한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IT, 콜센터, 물류센터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빠른 배송을 위해 배달로봇, 드론 등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는 테스코도 노년층을 위해 콜센터를 늘리고, 인력도 대거 확충하고 있다. 테스코는 늘어나는 배달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물품수납 공간을 당초 66만 곳에서 22만 곳을 더 늘리고 있다.
공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온라인 유통업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아마존에 의료기기 보급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페덱스 UPS 등 기존 화물 운송업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자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갖춘 아마존이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보급해달라는 게 미 정부의 요구였다. 아마존은 최근엔 캐나다 정부와 의료장비 배송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마존은 ‘사재기 대처’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에서 사재기가 벌어지자 의약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우선 비축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상품’의 배송은 늦췄다. 또 온라인 공간에서 가격이 대폭 올라간 100만 개의 아이템을 판매 목록에서 지웠다. FT는 이를 두고 “아마존이 코로나 시대에 적십자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노경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