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9일 운용에 들어간다. 1400선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회복한 뒤라 ‘뒷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안펀드는 계획한 10조7000억원 가운데 우선 3조원을 9일부터 증시에 투입한다. 투자 대상을 확정한 뒤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마다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받는 ‘캐피털 콜’ 방식이다. 정부가 대규모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증안펀드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 관리를 맡은 위원장에는 강신우 전 한국투자공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선임됐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둔화에 증시가 급반등하고 있어 “고점에서 물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게 지난달 24일인데 그때는 이미 코스피지수가 2200에서 1400선으로 떨어진 뒤였다”며 “한 박자 늦은 대응 탓에 계속 뒷북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증안펀드에 참여하기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느라 국내 기관이 정작 저가 매수 타이밍을 알고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안펀드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지만 시가총액 대비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90년 5월 집행된 증안펀드는 4조8500억원이었다. 지금보다 규모가 작지만 시가총액 대비 6%에 달했다. 증안펀드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보면 뒷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반등할지 더 떨어질지 아무도 몰랐다”며 “앞으로도 증시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증안펀드의 효용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임근호/고윤상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