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잇따라 개발 나서자
업계, 시장 개입에 우려 목소리
공공 앱을 통한 시장 개입은 그동안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시는 2017년 승차 거부를 없애겠다며 약 10억원을 들여 택시 호출 앱 ‘지브로(GBRO)’를 개발했다. 하지만 승객과 택시 기사의 사용률이 저조해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2018년 8월 기준 지브로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만 건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지브로 시스템에 3000만원을 더 들여 작년 6월 신규 서비스 ‘S택시’를 선보였지만 역시 한 달 만에 실패로 끝났다.
제로페이도 비슷한 사례다.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민간 페이 앱에 비해 결제 절차가 번거로워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14개월간 누적 결제액은 전체 결제시장 비중의 0.01%인 1003억원에 불과하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의 DNA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기업들 사이에서도 업종마다 성공 비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지자체 공공 앱 372개 중 개선·폐기·폐기권고를 받은 앱은 240개로 64%에 달했다. 지자체가 공공 앱 개발과 운영에 들인 비용은 334억6900만원인데 사용자가 앱을 내려받은 후 유지하는 비율은 32.3%에 불과했다.
배달 앱 개발에 들어가는 세금도 문제다. 식사 시간마다 배달 앱에 밀려드는 주문을 오류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운영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아한형제들은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쌓아왔다. 지자체가 배달의민족 앱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규모의 세금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싸게 배달 음식을 팔면서도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으려면 지자체가 앱 운영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받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64억원의 적자를 냈다.
“백화점 비싸다고 백화점 만들 건가”
지자체가 많은 세금을 들여 배달 앱 운영에 성공해도 민간 활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민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열어젖혔는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있다고 지자체가 직접 공공 배달 앱을 만들어 ‘배민 죽이기’에 나서면 아무도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앱 개발 대신 경쟁 활성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대해 “자본주의에서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큰 착각이 있는 것 같다”며 “시장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직접 개입이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변호사는 “백화점이 비싸면 정부가 백화점을 만들 것이냐”며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제 개편에 문제가 있다면 지자체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설 일”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