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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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부채와 나라살림 적자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비율 등 각종 국가 재정지표가 나빠진 정도도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감소로 수입은 줄었는데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기존 최고치이던 전년보다 60조2000억원 늘었다.

연금충당부채를 제외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원으로 700조원을 처음 넘었다.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8.1%로 사상 최고였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410만원으로 2018년(1319만원)보다 91만원 늘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로 전환했다. 전년보다 43조2000억원 악화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4조4000억원 적자로, 1990년 집계 후 최악이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8%로 2009년(3.6%) 후 10년 만의 최고치였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상승폭도 2.2%포인트로 2009년(3%포인트) 후 가장 컸다.
재정건전성 10년來 최악…코로나 닥치기 前 '텅 빈 나라곳간'
국가부채 사상 첫 1700兆 돌파
“선거가 끝나도 국가는 계속돼야 할 텐데, 정치권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나랏빚만 계속 늘리자는 겁니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언한 지난 6일.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빚을 더 늘리지 않고 기존 예산을 헐어서만 추가경정예산 재원을 마련하려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선 전까지 늘어난 지급액에 맞춰 추경 재원을 마련하려면 수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재정건전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는데 정치권에서는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이런 우려는 7일 정부가 공개한 2019년 나라살림 결산서에서 적나라하게 현실로 드러났다. 관리재정수지 등 각종 재정건전성 지표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확장 재정에 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세수절벽’이 심화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것”(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닥 드러낸 나라 곳간

기재부가 발표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8조3000억원 늘었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로 환산하면 1410만원으로 2018년(1319만원)보다 91만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연금충당부채 제외 기준)은 전년(35.9%)보다 2.2%포인트 증가한 38.1%를 기록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 늘렸던 2009년 증가폭(3%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인 통합·관리재정수지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었는데도 경제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12조원, GDP 대비 1.5%),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국민연금 교원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54조4000억원, GDP 대비 2.8%)가 모두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었다.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상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0.05%) 및 관리재정수지 비율(-2.2%)보다도 크게 악화한 수치다.

정부는 이렇게 발생한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50조9000억원 늘렸고, 이는 그대로 나랏빚에 반영됐다.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불황으로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데도 정부가 현금성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정부 복지예산은 162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늘었다. 전체 예산 증가율(9.7%)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 재정건전성 더 악화 ‘불 보듯’

올 들어 재정적자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를 보면 올해 1~2월 국세 수입은 4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4000억원 줄었다. 설 연휴로 수출·설비투자 환급 시기가 2월 초에 집중되면서 부가가치세 세수(-4조8000억원)가 2조2000억원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면 정부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조7000억원 증가한 104조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513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한 데다 연초에 재정을 조기 집행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금 수입이 더욱 줄고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725조2000억원으로 올해 1~2월 두 달 동안에만 26조3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84조5000억원 늘 것으로 내다봤는데 불과 두 달 새 목표치의 31%가 증가한 것이다.

정인설/성수영/서민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