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회적 거리두기' 성공조건
초유의 집단면역 실험이 실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자 스웨덴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선 데다 사망자도 600명에 육박하는 등 피해가 커지면서다. 스웨덴 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공공장소 모임 금지, 상점 영업 제한, 대중교통 축소 운영 등 긴급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안을 지난 6일 긴급 발의했다. 공항과 철도 폐쇄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동 제한조차 하지 않던 방역정책의 기조를 봉쇄로 바꾼 것이다.

집단면역은 구성원 대부분이 감염돼 저절로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극단적 면역법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치사율이 1%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르는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인구 1000만 명인 스웨덴에서 최소 7만 명이 희생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패한 초유의 집단면역

스웨덴의 실패는 남의 일이 아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아직은 ‘봉쇄’가 최선의 방역수단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8일 사실상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경을 봉쇄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권고를 무시했던 정부가 뒤늦게 이런 조치를 내린 데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줄지 않아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2일부터 2주 동안 벌였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로 다시 2주 연장하면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비중 1주일 평균 5% 미만, 치료 중인 환자 절반 감소 등이다. 이 조건이 충족돼야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처럼 집에 갇혀 있지 않고 예전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역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계에 도달한 국민의 피로도를 어떻게 푸느냐다. 두 달 가까이 집에 갇혀 지낸 국민 상당수는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면서 산과 공원 등을 찾는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늘면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민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지켜야 하는 방역 지침을 소상하게 알려주는 게 더 현실적인 대책이다.

국민 생활방역 수칙 절실

정부의 지침 마련은 한 달 가까이 진행형이다. 방역당국이 생활방역 개념을 처음 밝힌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설명도 했다. 국민의 공감과 참여를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주말에야 꾸려졌다. 이렇다 보니 생활방역 지침이 언제 나올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지침이 빨리 나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업 학교 식당 등 각각의 환경에 맞는 지침이 되도록 실행 가능 여부를 미리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지침 초안을 먼저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현장에서 예행연습을 한 뒤 고칠 것은 고쳐 최종적으로 시행해야 방역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흘째 국내 신규 확진자가 5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는 11일과 12일 주말이 국내 코로나19 사태의 고비가 될 것 같다. 전국에 벚꽃이 만개한 데다 부활절까지 끼어 있어서다. 정부의 생활 방역지침은 이미 기대난이다. 국민 개개인의 위생 수칙 준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