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고3·중3부터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인프라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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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 없는 학생 22만3천명…"기기만 주면 못 다룰 아이들도"
EBS·e학습터 등 접속 안정성 불안…"온라인 개학 더 일찍 결정했어야" "EBS 서버까지 다운됐었잖아요.
원격수업이 제대로 될지 불안할 수밖에 없죠. 한 달만 더 일찍 발표됐으면 아이들한테 더 좋은 원격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
충북의 한 중학교 교사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진 것 같아 학생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정부가 인프라 안정화에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원격수업을 시작하고, 2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한다.
원격수업은 실시간 화상 연결로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등 동영상 수업을 보고 토론 등을 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수업 방식을 채택한다.
교사에 따라 두세 가지 유형을 섞어서 쓸 수도 있다.
어느 방식을 쓰든 '가르침'과 '배움'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보니 가르침과 배움에 쓰이는 원격수업 도구부터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 수업 들을 기기 없는 학생 최소 22만여명…"도우미 인력도 지원해야"
학교 현장에서 먼저 우려가 쏟아졌던 것은 학생들이 배울 도구가 충분하냐는 문제였다.
원격수업을 들으려면 최소한 스마트폰이 한 대 있어야 하며, 원활하게 큰 화면으로 수업을 들으려면 스마트패드나 노트북·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원격수업을 들을 기기가 없는 초·중·고생이 몇 명인지 조사해보니 총 22만3천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교육부가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확정해 발표한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취합된 수치다.
다자녀 가정 학생이 집에 컴퓨터가 한 대뿐인데 형제자매가 모두 원격수업을 듣게 될 상황인 것을 모르고 '기기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조사가 면밀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한 번 더 세밀하게 기기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대여해줄 스마트기기를 총 32만1천대 확보했으므로 기기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가 23만대, 교육부가 5만5천대를 비축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가 3만6천대를 기증했다.
기기는 교육급여 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 최우선으로 대여하고, 다자녀·한부모·조손 가정 등에 학교장 재량으로 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부모·조손가정의 초등학생 자녀 등 가정형편 때문에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단순히 기기만 제공할 게 아니라 인력 등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전날 교육부 장관 앞으로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방과 후 강사나 대학생을 '온라인 학습도우미'로 가정에 파견해야 학습 사각지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교육당국 추천한 원격수업 도구들 서버·보안 '불안'…"교사별 격차 우려"
교사들이 가르침에 쓸 도구도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교사들의 대표적인 걱정은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원격수업 유형에 상관없이 교사가 학습자료와 과제를 공지·공유하고 출석을 관리할 LMS가 필요하다.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LMS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IRS)의 e학습터와 EBS의 'EBS 온라인클래스'가 있다.
각 사이트 콘텐츠와 수업을 연계해 학생들의 진도율을 체크할 수 있다.
그런데 e학습터는 지난 3일 새벽 2시부터 밤 9시 사이에 교사들이 업로드한 자료가 모두 사라지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시간대에 접속한 인원은 약 8만명이었다.
교사들은 각자 개설한 온라인 학급방에 이 시간대에 올렸던 학습 자료, 강의 계획서, 과제 등을 잃어버렸다.
EBS 온라인클래스 역시 때때로 접속이 원만하지 않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EBS 온라인 특강을 시작했더니 접속자가 몰려 EBS 초등사이트와 중등사이트가 모두 접속이 불가능해지는 일도 있었다.
당국이 제공하는 LMS가 불안정하다 보니 교사들은 '클래스123', '구글 클래스룸' 등 민간업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전남의 한 고교 교사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민간 프로그램까지 능숙하게 다루지만, 연배가 있는 교사들은 원격수업은 물론이고 LMS도 처음 접하는 개념"이라며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에 쓸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교사들이 걱정하는 불안 요소다.
교육 당국은 미국 업체가 만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다루기 쉽고 기능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줌 사용을 권장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줌이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시는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다가 음란물이 화면에 뜨는 등의 사건이 잇따른 것으로 확인되자 최근 뉴욕의 모든 학교에 줌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인프라 문제 때문에 아예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포기하거나 극히 일부만 하고 단방향 콘텐츠형·과제형 수업만 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 회의 결과 EBS 콘텐츠 제공 위주로 하고 쌍방향 수업을 일부 붙이기로 했다"며 "교육부가 전면 온라인 개학을 조금 더 일찍 결정했으면 학교에서 더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BS·e학습터 등 접속 안정성 불안…"온라인 개학 더 일찍 결정했어야" "EBS 서버까지 다운됐었잖아요.
원격수업이 제대로 될지 불안할 수밖에 없죠. 한 달만 더 일찍 발표됐으면 아이들한테 더 좋은 원격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
충북의 한 중학교 교사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진 것 같아 학생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정부가 인프라 안정화에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 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원격수업을 시작하고, 2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한다.
원격수업은 실시간 화상 연결로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등 동영상 수업을 보고 토론 등을 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수업 방식을 채택한다.
교사에 따라 두세 가지 유형을 섞어서 쓸 수도 있다.
어느 방식을 쓰든 '가르침'과 '배움'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보니 가르침과 배움에 쓰이는 원격수업 도구부터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 수업 들을 기기 없는 학생 최소 22만여명…"도우미 인력도 지원해야"
학교 현장에서 먼저 우려가 쏟아졌던 것은 학생들이 배울 도구가 충분하냐는 문제였다.
원격수업을 들으려면 최소한 스마트폰이 한 대 있어야 하며, 원활하게 큰 화면으로 수업을 들으려면 스마트패드나 노트북·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원격수업을 들을 기기가 없는 초·중·고생이 몇 명인지 조사해보니 총 22만3천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교육부가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확정해 발표한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취합된 수치다.
다자녀 가정 학생이 집에 컴퓨터가 한 대뿐인데 형제자매가 모두 원격수업을 듣게 될 상황인 것을 모르고 '기기가 있다'고 응답하는 등 조사가 면밀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한 번 더 세밀하게 기기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대여해줄 스마트기기를 총 32만1천대 확보했으므로 기기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청과 학교가 23만대, 교육부가 5만5천대를 비축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가 3만6천대를 기증했다.
기기는 교육급여 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 최우선으로 대여하고, 다자녀·한부모·조손 가정 등에 학교장 재량으로 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부모·조손가정의 초등학생 자녀 등 가정형편 때문에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단순히 기기만 제공할 게 아니라 인력 등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전날 교육부 장관 앞으로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방과 후 강사나 대학생을 '온라인 학습도우미'로 가정에 파견해야 학습 사각지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교육당국 추천한 원격수업 도구들 서버·보안 '불안'…"교사별 격차 우려"
교사들이 가르침에 쓸 도구도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교사들의 대표적인 걱정은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원격수업 유형에 상관없이 교사가 학습자료와 과제를 공지·공유하고 출석을 관리할 LMS가 필요하다.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LMS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IRS)의 e학습터와 EBS의 'EBS 온라인클래스'가 있다.
각 사이트 콘텐츠와 수업을 연계해 학생들의 진도율을 체크할 수 있다.
그런데 e학습터는 지난 3일 새벽 2시부터 밤 9시 사이에 교사들이 업로드한 자료가 모두 사라지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시간대에 접속한 인원은 약 8만명이었다.
교사들은 각자 개설한 온라인 학급방에 이 시간대에 올렸던 학습 자료, 강의 계획서, 과제 등을 잃어버렸다.
EBS 온라인클래스 역시 때때로 접속이 원만하지 않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EBS 온라인 특강을 시작했더니 접속자가 몰려 EBS 초등사이트와 중등사이트가 모두 접속이 불가능해지는 일도 있었다.
당국이 제공하는 LMS가 불안정하다 보니 교사들은 '클래스123', '구글 클래스룸' 등 민간업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전남의 한 고교 교사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민간 프로그램까지 능숙하게 다루지만, 연배가 있는 교사들은 원격수업은 물론이고 LMS도 처음 접하는 개념"이라며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에 쓸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교사들이 걱정하는 불안 요소다.
교육 당국은 미국 업체가 만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다루기 쉽고 기능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줌 사용을 권장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줌이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시는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다가 음란물이 화면에 뜨는 등의 사건이 잇따른 것으로 확인되자 최근 뉴욕의 모든 학교에 줌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인프라 문제 때문에 아예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은 포기하거나 극히 일부만 하고 단방향 콘텐츠형·과제형 수업만 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 회의 결과 EBS 콘텐츠 제공 위주로 하고 쌍방향 수업을 일부 붙이기로 했다"며 "교육부가 전면 온라인 개학을 조금 더 일찍 결정했으면 학교에서 더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