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못 낮추고, 후분양도 힘들고…둔촌주공 '한숨'
역대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사진)가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이 오는 7월 28일로 연장돼 시간을 벌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조합 내부의 의견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HUG는 일반분양가 책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조합은 3.3㎡당 3550만원에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HUG는 3.3㎡당 295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원안대로 분양가를 책정하기 위해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달 17일 대의원회를 통해 분양가 조정과 후분양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불발했다. 조합원 총회는 4·15 총선이 끝난 뒤 5월이 지나서야 가능할 전망이라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그러나 조합과 HUG가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HUG가 여전히 ‘낮은 분양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도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에 선뜻 분양가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조합원은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너무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크다”며 “295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분담금이 최대 1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7월까지 협상에 진통을 겪을 경우 선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을 강행하겠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후분양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3조원이 넘는 공사비를 조달하기 어려운 데다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49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여서 현실적으로 후분양이 쉽지 않다”며 “분양가를 내리기도, 후분양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지부진한 사업 속도에 조합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 해임 발의를 위한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합은 실시간 의견 교환이 가능한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