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녹번역 일대에 신축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힐스테이트녹번, 래미안베라힐즈,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장현주 기자
은평구 녹번역 일대에 신축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힐스테이트녹번, 래미안베라힐즈,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장현주 기자
“과거 은평구는 낙후된 이미지와 교통망 부족으로 저평가받았지만 이제 ‘금(金)평구’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녹번동과 응암동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젊은 부부들의 실수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서울 은평구 응암동 H공인)

노후 다세대 주택이 밀집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서울에서도 ‘변방’으로 불리던 은평구 녹번·응암동 일대가 신흥 인기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59㎡ 9억원 돌파

8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녹번동에서 전용면적 59㎡가 9억원 넘어 거래되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녹번역과 인접한 ‘힐스테이트녹번’(952가구) 전용 59㎡가 지난달 6일 9억300만원에 거래됐다.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84㎡도 지난달 7일 11억5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인근에 있는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84㎡도 2월 11억9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래미안베라힐즈(1305가구)는 지난해 11월 전용 84㎡가 10억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녹번동 S공인 관계자는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59㎡는 지난달 말 9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며 “지하철 3호선 라인의 ‘은평구 관문’인 녹번동 신축 아파트 매매 호가는 59㎡가 9억원대, 84㎡가 12억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녹번역 일대는 대규모 신축 아파트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8년 후반부터 녹번동에서는 힐스테이트녹번과 래미안베라힐즈가 차례로 입주를 마쳤다. 응암동에서는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이 오는 5월 입주를 시작한다. 지하 3층~지상 23층, 32개 동, 총 2569가구(전용 39~114㎡)다.

지난해 청약에 나선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2차는 75.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 84㎡ 입주권 호가는 12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힐스테이트녹번역’(879가구)도 내년 2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통일로 정체 등은 아쉬워

지하철 3호선은 ‘황금 노선’으로 불린다. 종로 등 도심은 물론 강남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녹번역 일대 신축들에도 3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이 몰리고 있다. 이 일대 아파트 대부분이 산을 끼고 있어 공기가 좋고 쾌적하다. KB리브온 주간 주택시장 동향(지난달 30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모두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대부분 보합권을 유지했지만 은평구(0.15%)는 소폭 상승했다.

도심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도로가 만성적인 체증이 일어나는 통일로라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설수록 교통 혼잡이 심해질 수 있다. 또 래미안베라힐즈와 힐스테이트녹번은 산을 등지고 도로를 끼고 있어 주위 편의시설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과 붙어 있어 주위가 개발되면서 주거 단지가 확장될 여지가 적다. 3·6호선 ‘더블역세권’인 불광역처럼 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택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응암동 H공인 대표는 “녹번역 일대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시세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연신내역을 지나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등의 호재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