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같이 쓰면 위험해"…흔들리는 공유경제 유니콘 'W·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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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임팩트…새로운 질서가 온다
(4) 기로에 선 공유경제
코로나 예방 원칙과 배치…위기 맞은 '미래 소비모델'
(4) 기로에 선 공유경제
코로나 예방 원칙과 배치…위기 맞은 '미래 소비모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유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각국이 이동을 제한하고 해외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당장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업체 이용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사무실을 나눠 쓰는 공유오피스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가 가더라도 공유경제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과 사무실,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것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전염병 예방 기본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전염병을 조심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한 생활방식은 상당 기간 유지되거나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의 주식 30억달러어치를 공개매입하려다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블룸버그통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공유경제가 코로나19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공유경제 유니콘’의 추락
공유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위협받으며 등장한 개념이다. 로런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적게 생산하되 나눠 쓰는 방식”을 제안하며 공유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공유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 소유의 근간이 흔들리며 확산됐다.
위워크를 비롯해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 집을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들은 몇 년 전까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130억원)를 넘는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 된 데 이어, 2017년엔 미국 비상장사 중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세 곳의 회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유경제 기업들은 존립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공간이나 소유물을 공유하기는커녕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조차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유경제 모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공유오피스 셧다운…코로나19 위협 본격화
미국 뉴욕에 있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가 1일 폐쇄된 것은 공유경제가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위워크 사무실을 빌려 쓰던 한 기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자 함께 입주해 공간을 나눠 쓰던 다른 기업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사무실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되면서 당장 수십 명이 집으로 돌아갔다. 또 감염자가 썼던 물건을 함께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감돌았다. 입주기업들이 남은 임대 기간의 요금을 환불할 것을 요청했으나 위워크는 거절하거나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공유오피스 회사 저스트코는 오는 5월 임대료를 15~30% 감면하기로 하는 등 입주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와 디디추싱은 이용자가 급감했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애틀의 우버 이용자가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우버는 사람들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올해 이용자가 평균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공유차량을 원치 않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사들의 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모든 마케팅을 중단했다. 사업 부진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자 8억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올초 60%에 육박했던 서울의 에어비앤비 예약률은 지난달 셋째주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공유에서 고립으로 바뀔까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공유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성을 회복할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유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예전 수준의 공유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의 확산도 공유경제엔 악재다. 공유경제는 유형 자산을 공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필요없는 환경에서는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불필요해진다. 《이노베이션 바이옴》의 저자이자 마케팅 회사 브리지인사이트의 창업자 쿠마르 메타는 포브스 기고에서 “코로나19 이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isolate economy)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 방식과 정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유오피스 중에선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업체들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는 입주사 간 적극적인 교류를 권장하는 위워크와 달리 기업별 독립성을 중시한다. 입주사에 관한 정보는 상호 공개하지 않고 교류도 권장하지 않는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유오피스 내 공용공간을 사용하거나 외부 손님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독립된 별도 공간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본사 건물의 셧다운을 걱정하는 대기업들이 ‘예비 오피스 확보’ 차원에서 새로 임대 계약을 하는 사례도 최근 늘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의 주식 30억달러어치를 공개매입하려다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블룸버그통신,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공유경제가 코로나19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공유경제 유니콘’의 추락
공유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위협받으며 등장한 개념이다. 로런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적게 생산하되 나눠 쓰는 방식”을 제안하며 공유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공유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 소유의 근간이 흔들리며 확산됐다.
위워크를 비롯해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 집을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들은 몇 년 전까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130억원)를 넘는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 된 데 이어, 2017년엔 미국 비상장사 중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세 곳의 회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유경제 기업들은 존립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공간이나 소유물을 공유하기는커녕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조차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유경제 모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공유오피스 셧다운…코로나19 위협 본격화
미국 뉴욕에 있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가 1일 폐쇄된 것은 공유경제가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위워크 사무실을 빌려 쓰던 한 기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자 함께 입주해 공간을 나눠 쓰던 다른 기업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사무실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되면서 당장 수십 명이 집으로 돌아갔다. 또 감염자가 썼던 물건을 함께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감돌았다. 입주기업들이 남은 임대 기간의 요금을 환불할 것을 요청했으나 위워크는 거절하거나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공유오피스 회사 저스트코는 오는 5월 임대료를 15~30% 감면하기로 하는 등 입주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와 디디추싱은 이용자가 급감했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애틀의 우버 이용자가 70% 감소했다”고 말했다. 우버는 사람들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올해 이용자가 평균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공유차량을 원치 않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사들의 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모든 마케팅을 중단했다. 사업 부진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자 8억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올초 60%에 육박했던 서울의 에어비앤비 예약률은 지난달 셋째주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공유에서 고립으로 바뀔까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공유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성을 회복할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유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예전 수준의 공유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의 확산도 공유경제엔 악재다. 공유경제는 유형 자산을 공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무실이 필요없는 환경에서는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불필요해진다. 《이노베이션 바이옴》의 저자이자 마케팅 회사 브리지인사이트의 창업자 쿠마르 메타는 포브스 기고에서 “코로나19 이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isolate economy)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 방식과 정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유오피스 중에선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업체들이 살아남을 전망이다.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는 입주사 간 적극적인 교류를 권장하는 위워크와 달리 기업별 독립성을 중시한다. 입주사에 관한 정보는 상호 공개하지 않고 교류도 권장하지 않는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유오피스 내 공용공간을 사용하거나 외부 손님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독립된 별도 공간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본사 건물의 셧다운을 걱정하는 대기업들이 ‘예비 오피스 확보’ 차원에서 새로 임대 계약을 하는 사례도 최근 늘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