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1주일 앞둔 8일 경기 시흥 삼미시장 입구에서 시민들이 한 정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1주일 앞둔 8일 경기 시흥 삼미시장 입구에서 시민들이 한 정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 10명 중 9명은 현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8일 나타났다. 5명 중 2명은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본 유권자 비율도 전체의 60%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4·15 총선까지 1주일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여야가 위기의식이 팽배한 유권자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자 91% “경제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회사 입소스에 의뢰한 ‘3차 총선 민심 조사’에서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41.7%가 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한 비율도 52.7%에 달했다. 응답자 94.4%가 경제 상황을 안 좋게 본 것이다. ‘별로 어려운 상황 아님’(3.8%) ‘전혀 어려운 상황 아님’(1.0%) 등 낙관적 인식을 보인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제 상황 인식은 모든 지역과 연령, 직업, 정당 지지층, 정치 성향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어렵다’는 응답 비율은 지역별로 서울 95.7%, 인천·경기 94.6%, 대전·충청 96.6%, 광주·호남 91.2%, 대구·경북 94.3%, 부산·울산·경남 92.9%였다.

연령대별로 20·30대는 92~93%대, 경제의 ‘허리’인 40·50대는 94~96%대를 보였다.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주축인 50대와 정부·여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광주·호남에서도 비관적 인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91.1%가,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선 99.1%가 경제가 어렵다고 답했다.

현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판단한 응답자 비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52.9%)과 자영업자(56.0%)에게서 가장 높게 나왔다.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전체 평균보다 많은 48.5%가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86% “소득 줄었다”

올해 경제 전망을 묻는 항목에서도 비관적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전체 응답자 58.2%가 ‘다소 나빠질 것’(33.5%) 혹은 ‘매우 나빠질 것’(24.7%)이라고 답변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23.8%였다. ‘좋아질 것’이란 답변은 15.3%에 그쳤다.

비관적 전망은 대구·경북(65.5%)과 50대(69.8%), 자영업자(69.2%)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월 소득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65.9%), 5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 가구(64.7%)에서도 5명 중 3명꼴로 올해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비관적 전망은 72.6%에 달한 데 비해 진보층은 48.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구소득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절반(54.9%)이 ‘줄었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25.3%)은 ‘많이 줄었다’고 했다. ‘변화 없다’는 응답은 42.9%, ‘늘었다’는 1.4%로 집계됐다.

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50대, 60대 이상에서 각각 62.9%, 61.6%로 높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 86.4%와 블루칼라 64.5%가 ‘줄었다’고 답했다. 월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인 최하층에선 5명 중 3명꼴이었다. 반면 화이트칼라(58.1%)와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60.8%)에선 ‘변화 없다’고 응답한 비중이 더 높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교수는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며 “그중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이념 성향이 아니라 ‘경제 논리’로 투표하는지에 따라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