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셧다운에 관광업계 개점 휴업, 비즈니스도 차질
일본 코로나 확산에 상호 제한 조치 장기화 우려
상호 입국제한 한 달…일본과 가까운 부산, 산업 전방위 직격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일 양국의 입국 제한조치가 9일로 한 달째를 맞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갈수록 확산하는 일본의 여건에 비춰 두 나라 간 입국 제한조치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텅 빈 공항 국제선 터미널

8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대합실은 일본 노선을 포함한 모든 국제선이 사실상 멈춰서면서 텅 비어버린 공간으로 변했다.

1년 전만 해도 김해공항 국제선은 연간 이용객 1천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2015년 595만명이던 국제선 이용객은 2018년 986만명으로 '폭풍 성장'하면서 연 1천만명 시대를 여는 듯했다.

동남권에 위치한 김해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국제선 가운데 일본 노선 비중이 가장 크다.

실제로 일본 무역 제재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한 지난해 일본 노선이 축소되면서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연간 956만명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상호 입국제한 한 달…일본과 가까운 부산, 산업 전방위 직격탄
◇ 국제선 중단에 항공업계 고사 위기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부산도 일본의 입국 제한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9일부터 모든 일본 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불매운동 때에도 후쿠오카, 오사카, 나고야, 도쿄 등 핵심 노선은 40∼50%의 탑승률을 보이며 그나마 명맥을 이어왔으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일본 노선을 멈춰 세웠다.

에어부산은 전체 매출에서 일본 노선 비중이 20%를 넘고, 국제선으로만 볼 때 30%에 달해 일본 입국 제한조치는 경영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일본 노선 운항 중단 이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체 직원의 70%가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확산하면서 한일 양국 입국 제한조치가 길어지고, 중국 등 다른 국제선 노선도 막히면서 에어부산 유급휴직은 5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됐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휴직이 끝나는 5월 말 이후 일본 노선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몰라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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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관광 수요 '뚝'

한일 입국 제한조치는 두 나라 간 관광 수요와 비즈니스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과 4월은 부산과 일본 규슈지방을 오가는 봄 관광 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해마다 이 시기에만 수 만명의 관광객이 항공편과 배편을 이용해 두 나라를 방문했으나 올해는 방문객이 아예 끊겼다.

실제로 올해 2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만3천2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2% 줄었고, 입국 제한을 본격화한 3월 이후는 감소 폭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지역 여행사와 특급호텔 등 관광 관련 업계도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은 대부분 무급 또는 유급 휴직에 들어갔고, 지역의 소규모 여행사는 기약 없는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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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비즈니스도 올스톱

지역 기업들도 해외 영업 등 비즈니스 활동에 차질을 빚는다.

부산의 철강선 제조업체 A사는 일본 출장이 중단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신규 거래가 올스톱됐다.

기존 거래처의 경우 서류상 무역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규 거래처 발굴이나 관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B사는 일본과 베트남이 주력 시장이지만, 해외 출장이 묶이면서 기존 사용하던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은 자제하고 외국 바이어 입국도 모두 취소했다"며 "화상회의 외에 보조적으로 메일과 전화 등을 사용하는데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갑준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부산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일본과 연관성이 큰 도시"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입국 제한 조치가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