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가 약간 일어선 듯한 느낌으로 어드레스를 하되, 발을 모래에 깊이 묻지 않는다(1). 풀 스윙 대신 3쿼터 스윙(2)을 해 동작을 최소화한다. 상체 중심의 회전으로 간결한 피니시(3)를 해야 공만 잘 떠낼 수 있다.  포천힐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상체가 약간 일어선 듯한 느낌으로 어드레스를 하되, 발을 모래에 깊이 묻지 않는다(1). 풀 스윙 대신 3쿼터 스윙(2)을 해 동작을 최소화한다. 상체 중심의 회전으로 간결한 피니시(3)를 해야 공만 잘 떠낼 수 있다. 포천힐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요즘 ‘코로나 골프’가 유행이라고 하네요. 벙커 고무래 안 쓰기, 깃대 안 뽑고 퍼팅하기, 라운드 끝나고 팔뚝으로 인사하기, 사우나 생략하기 등…. 골프장은 벙커 정리를 자주 하느라 조금 힘들어졌지만, 물값이 절약되고 경기시간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 표정인 것 같습니다. 골프도 ‘언택트’가 당분간 대세가 될 듯합니다.

벙커샷 풍경도 살짝 달라졌다고 합니다. 발자국에 들어간 공은 빼놓고 치는 것으로 말이죠. 물론 샷을 생략하지는 않죠. 페어웨이 벙커샷은 더더욱 해야 하고요. ‘코로나 시대’라 해도 골프가 더 쉬운 쪽으로 슬쩍 옮겨가진 않는 것 같습니다.

페어웨이 벙커샷은 아마추어에게 언제나 숙제입니다. 경험이 많지 않아 자신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거 낭패네. 잘 맞힐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생각부터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벌써 실패 확률이 확 올라간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스윙 동작이 커지며, 템포가 급해져서 불상사가 많이 일어납니다. 토핑과 뒤땅, 생크 등인데 회전축이 아래위, 좌우, 앞뒤로 출렁여서 벌어지는 사고입니다. 그린에서 진검승부를 하기도 전에 맥이 빠지는 일이니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성공 여부는 셋업에서부터 70%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네 가지 셋업 원칙만 잘 지켜도 확실히 쉬워집니다.

첫 번째, 우선 평소보다 반 클럽에서 한 클럽 긴 채를 선택해 어드레스합니다. 100m 정도 남았다먼 105~110m 거리를 보낼 수 있는 클럽을 잡으면 되겠죠. 두 번째, 발은 모래를 파고들어 가는 게 정석처럼 돼 있는데, 저는 굳이 파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히려 이렇게 많이 파고들어 가면 발끝 오르막샷처럼 스윙에 변수가 더 많아진다는 게 제 경험칙입니다. 요즘 골프화는 바닥 접지력이 워낙 좋게 설계돼 있어서 파고들지 않아도 생각만큼 스탠스가 불안정하진 않습니다.

세 번째, 그립을 2~3㎝ 정도 짧게 내려 잡습니다. 간결한 컨트롤 스윙을 하기 위해서죠. 네 번째, 공을 평소보다 반 개에서 한 개 정도 오른쪽으로 옮겨놓습니다. 헤드가 다운스윙 때 내려오면서 공부터 접촉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남은 건 스윙입니다. 평소 풀스윙보다 작은 4분의 3 크기의 백스윙으로 부드럽고 여유롭게 스윙하면 끝입니다. 클럽 헤드로 모래 위에 있는 삶은 달걀 하나를 반으로 잘라낸다는 느낌으로 스윙하면 벙커 탈출은 물론 원하는 거리에 공을 가져다 놓을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아,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윙 동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체와 팔 중심의 스윙을 하라는 겁니다. 하체는 가급적 움직임을 줄여야겠죠.

페어웨이 벙커샷은 골프 스윙의 기본 원리를 가장 충실히 지킬 때 완성도가 높아지는 샷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게 해야 하는 샷’이기도 하고요. 헤드 무게로만 스윙해 모래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공을 빼내는 프로와 힘으로 우격다짐하다가 실수하고 마는 아마추어의 격차가 분명한 지점도 페어웨이 벙커샷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