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의사
과연 '괜찮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페스티나의 삶’을, 누군가는 ‘렌테의 삶’을 택한다. 하지만 인생의 속도가 어디 마음대로 흘러갈까.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죽는 순서는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진 않았으리라.
여기 세 권의 책이 있다. 삶의 후반부라 할 만한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룬 사나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인생의 끝을 마주한 이들에게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이라고 안내하는 사람이 건네는 조언을 담은 책, 숨이 다 하는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이를 바라보는 의사의 고백을 담은 책이다.
《아이캔두! 김칠두!》는 예순이 넘어 패션모델이 된 김칠두 씨의 인생을 기록했다. 김씨는 의상실 점원부터 나이트클럽 웨이터, 니트공장 직원, 공사장 인부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바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중년엔 미니슈퍼와 채소가게, 순대국식당 등을 운영했다. ‘세 번째 스무살’이 돼서야 그는 자신이 30년 넘게 간직해 온 꿈을 이뤘다. 딸이 인터넷에 올린 그의 사진들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였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은 완화의료 의사 캐스린 매닉스가 자신의 환자들이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 책이다. 호스피스병동이 매닉스의 일터다. 삶의 끝을 마주한 환자들의 나이는 세 살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빨리 죽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자신을 ‘죽음 조산사’라고 칭한다. 죽음이란 숨이 끊어지는 순간의 ‘점’이 아니라 생애가 계속 이어지는 ‘선’임을 강조한다.
《참 괜찮은 죽음》은 신경외과 의사 헨리 마시가 환자들이 어떤 병으로, 어떤 모습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는지를 1인칭 시점으로 고백한 책이다. 환자 25명의 사연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 중엔 저자의 어머니도 있다. 아들에게 남긴 유언은 한마디다. “멋진 삶이었어.” 저자는 환자들의 생애 마지막 순간만큼은 의사의 일방적인 지침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 답을 따르길 권유한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좋아하는 장소에서 가족을 곁에 두고 죽을 수 있는 ‘괜찮은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털어놓는다.
페스티나와 렌테 사이에서 완급 조절을 얼마나 잘했는지는 삶의 끝에 다다라서야 알게 됨을 이 책들은 알려준다. 《채근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기생이라도 늘그막에 한 지아비를 섬긴다면 한평생의 분 냄새 거리낄 것 없고, 열녀일지라도 늙어서 정절을 잃는다면 반평생 수절이 허사가 된다. 사람의 생을 보려거든 생의 후반을 보라.”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