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銀 기준금리 동결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 韓銀 기준금리 동결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국채)를 적극 매입할 계획”이라고 9일 말했다. 또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도 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은이 ‘한국형 양적완화’에 더해 ‘일반적 양적완화’에도 본격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를 매입해 왔다. 하지만 그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또 지난달 26일엔 국채 등을 담보로 받고 금융회사에 최장 91일까지 자금을 내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의 한국형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애초 판단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8%포인트 하락한 연 0.986%에 장을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이 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산은 등 국책銀 채권 매입"…코로나 지원자금 충분히 댄다
매입 대상 채권 확대…시장 안정 위해 '파이터' 변신


한국은행이 바뀌었다. 조용하면서도 소극적이라는 의미에서 ‘절간’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이제 ‘파이터’로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부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적완화도 제한적 수준의 ‘한국형’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쓰는 ‘일반형’으로 돌아섰다. 국채를 적극 매입하기로 했으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의 채권도 사들이기로 했다. 그만큼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의지다. 한은은 여기에다 정부가 함께 나서준다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회사채와 기업어음(CP)도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국채매입 적극 나선다
“국책은행에 자금 바로 공급”

한은은 9일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좁혀놓은 공개시장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단순매입 대상 증권 확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조치는 오는 14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적용된다.

한은은 시장에서 특수채(국책은행 채권)를 우선 사들일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국책은행이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 참여해 산금채 등을 바로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국책은행들은 더 많은 재원을 싸게 조달할 수 있다. 한은은 얼마든지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6조원, 2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적인 상황보다 채권을 더 발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산은이 발행해 시중에 풀려 있는 산금채는 10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조원가량은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산은 등 국책은행들은 향후 추가 발행할 채권 규모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국고채 매입도 확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한은은 지난달 20일 국고채 1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오는 14일에도 1조5000억원어치를 더 매입한다. 이후에도 계속 국고채를 사들인다는 게 한은의 계획이다. 한은이 이처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매입에 나선 것은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곱 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두 차례나 국고채를 매입했다. 현재 17조원 규모의 국채를 보유한 한은은 상황에 따라 올해 수차례 더 매입할 계획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국채 발행 급증에 대한 우려로 채권시장 수급 우려가 커졌다”며 “한은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국채 매입 등으로 채권시장 안정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매입 나설까

한은은 더 과감한 유동성 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이 총재는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에 대출해주는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어려움을 겪는 금융업을 하는 영리기업에 대해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된 한은법 80조에 근거한 발언이다. 한은법 80조를 바탕으로 비은행 금융회사 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했다.

Fed가 추진한 것과 비슷한 구조로 회사채·CP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뜻도 시사했다. 정부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V)이 회사채와 CP를 사들이고, SPV는 매입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은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신용보강을 제공해 SPV 채권에 정부 보증채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이 총재는 “Fed처럼 정부 보증 아래 SPV를 설립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가 크다”며 “정부와 구체적 논의를 하는지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한은이 금융지원 대책을 주도하는 산은에 출자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임현우 기자 lovepen@hankyung.com